[다산 칼럼] 법인을 키워야 일자리 늘어난다
최근 한국 경제는 안심하기 힘든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 전분기에 비해서는 0.6% 증가했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9%,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일부 하락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1분기 6.8%였는데 2분기에는 1.0%로 줄어들었다. 이 부문이 성장률 하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1% 감소했고, 제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그리고 통계청이 발표하는 제조업 부문별 생산능력지수를 보면 산업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2010년 수준을 100으로 놓고 볼 때 반도체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무려 256.5다. 그러나 조선업 등 운송장비업은 105.1, 섬유업은 92.8로 매우 부진하다. 우려되는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의 생산능력지수는 99.6으로 100 밑으로 주저앉았다.

한때 우리 증시에서는 ‘전·차군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전(電)’은 전자, ‘차(車)’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전자와 자동차가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모습이 자본시장을 통해 확인됐는데 이제 ‘차’마저 뒤처지고 ‘전’만 홀로 남은 모습이다. 조선업 같은 업종이 하나둘 뒤처지더니 이제 자동차도 힘에 부쳐 낙오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생긴다. 이는 주식시장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 우리나라 기업 8개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500위 안에 들었다. 그런데 7년 가까이 지난 지금 6개 기업이 탈락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개만 남았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LG화학, 현대중공업 등이 탈락한 기업이다. 모두 해당 업종 대표주다. 이러다 보니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2009년 1분기 66.5%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글로벌 위기 국면 수준으로 회귀했다. 반면 반도체 2분기 수출물량지수는 393.97, 전자산업의 수출기여율은 전체의 65.3%를 기록하면서 최후의 보루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다 혹시 이들마저…” 하는 불길한 상상이 앞선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정부는 세금 인상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은 충격적이다. 나름 논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이 과연 법인세율을 올릴 시점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나라가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인하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법인세율 구간을 신설해 과표가 높은 법인에 높은 세율을 매기는 식으로 법인세의 누진성을 심화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많다.

법인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다. 부자가 아니다. 법인이 커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협력·납품업체도 좋아진다. 더 클 수 있게 장려해야 할 상황에서 과표가 크면 세율을 더 올린다는 조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과표가 늘어났다는 얘기는 일자리도 그만큼 많이 만들었다는 얘긴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가 이런 법인들에 상은 못 줄 망정 누진세와 조세 감면 축소를 통해 벌을 주는 듯한 상황은 “영 아니올시다”다. 더구나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고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 영업환경을 개선시켜 줘도 모자랄 판에 법인세율을 누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타이밍이 안 좋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면서 법인세율을 올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인건비를 올리면 과연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가경쟁력은 제고될 수 있는지 의문이 증폭된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경쟁력이 제고되고 효율성이 증대돼 나타나는 일자리 증가가 진짜이고 지속 가능하다. 세금을 걷어 공공일자리를 만들어도 경제가 힘을 잃으면 민간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줄고 전체 일자리 숫자는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정책의 내용, 정책들 간 조화, 그리고 정책 타이밍에 관한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