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호캉스' 익숙한 곳에서 낯섦을 찾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대신 가까운 도심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호캉스는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휴식을 즐기는 휴가를 일컫는 신조어다.

호캉스 열풍이 분 가장 큰 이유로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가장 큰 문화 소비적 트렌드는 ‘욜로(YOLO)’였다. 욜로 라이프는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자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휴가도 자신을 위한 선물로 여겨 고급스럽고 아늑한 호텔에서 휴식하는 것이다.

◆‘머무르며 쉬는 것’이 휴가

여행의 의미가 ‘떠나는 것’에서 ‘머무르며 쉬는 것’으로 바뀐 점도 하나의 이유다. 익스피디아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가가 왜 필요한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지친 마음과 영혼을 달랠 편안한 휴식’(68.6%)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호캉스 열풍의 요인으로 ‘호텔과 휴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호텔은 다양한 부대시설과 문화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휴가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많은 호텔이 대형 전시회 및 공연과 연계한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호텔은 지난 7월13일부터 뮤지컬 ‘나폴레옹’이 포함된 객실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호텔이 캠핑, 페스티벌, 어린이 교육과 연계한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신규 호텔 증가와 모바일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도 호캉스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비즈니스호텔과 디자인호텔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졌고 합리적인 가격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호텔 예약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호텔 접근성이 높아졌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응용프로그램)인 호텔타임에 따르면 호텔 이용자 연령은 30대가 37.5%, 20대가 29.5%로 20, 30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호텔 문턱이 낮아지면서 기존 가족 단위 고객에서 휴가를 즐기러 오는 젊은 세대로 소비층이 옮겨 가고 있다.

◆호텔들도 호캉스족 서비스 강화

소비자에게 호캉스가 또 다른 휴식의 형태라면 호텔업계에 호캉스는 어떤 의미일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불안정한 해외 이용자 수요와 공실률을 안정시키고 내수를 증가시킬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내국인 이용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내국인 투숙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6월에는 작년에 비해 내국인 투숙객이 15% 증가했다. 임유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지배인은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러 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호텔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패키지 구성도 호텔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