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대출 어떻게… >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날인 3일 은행 창구엔 대출한도를 조회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서울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신문기사를 보여주며 바뀐 대출규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주택대출 어떻게… >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날인 3일 은행 창구엔 대출한도를 조회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서울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신문기사를 보여주며 바뀐 대출규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걸려 오는 전화에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신한은행 A지점장)

3일 시중은행 창구는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이제 대출을 못 받는 거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당장 한두 달 사이에 아파트 구입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불만도 속출했다.

3일부터 'LTV·DTI 40%' 전격 시행…"대출 불가능합니다" 거절 사례 속출
은행들은 이날부터 새 대출규제를 미리 적용했다. 강화된 대출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 것에 대비해 전날(2일) 금융당국이 새 규제를 선(先)적용하라고 지침을 내려서다. 당장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4구 등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의 LTV·DTI 한도는 이날부터 40%로 확 낮아졌다. 지난 2일까지는 LTV 60%, DTI 50%가 적용됐다. 일부 은행은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도 LTV, DTI 한도를 이날부터 40%로 낮췄다. A은행 개포동지점 직원은 “투기지역으로 묶인 곳의 아파트 시세는 대부분 6억원이 넘는다”며 “미리 대출신청을 해놓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추가대출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은 비상이다. 통상 아파트매매거래는 계약 시점부터 잔금 지급까지 두어 달가량 걸린다. 지난 6월 말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다면 8월 중순 이후 잔금을 치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LTV·DTI 한도를 미리 조이면서 잔금대출을 치르기 힘든 거래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6월 이후 이달 3일까지 3만1519건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잔금대출을 LTV·DTI 규제가 강화되는 8월 중순 이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은행창구를 찾았다가 대출을 거절당한 이모씨(50)는 “대책 발표 이후 최소한 유예기간이나 예외 규정 없이 무조건 시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미 맺은 매매계약을 취소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각 은행 대출심사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 대책 발표 이튿날부터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정을 적용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B은행 여신담당자는 “보통 금융감독원의 개정감독규정이 시행되기까지 2주 정도 걸리지만 미리 당겨서 받는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며 “전산시스템이나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정비하지 못해 일일이 수기로 대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 예상치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차주는 10만9000명으로, 이 가운데 8만6000명의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인당 평균 대출한도는 약5000만원, 전체 대출 한도는 4조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안상미/이현일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