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피해 인정 기준' 마련…사업자 분담금 1천250억원 조성
가습기 피해 인정 못받아도 심의 통해 특별구제…9일 시행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도 이달 9일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들의 피해구제분담금으로 조성된 특별구제계정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산모가 임신 중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는 바람에 피해를 본 태아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건강피해 범위에 '태아 피해 인정기준'이 반영된다.

환경부는 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제정한 시행령 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특별법 시행령은 피해자 판정과 지원 등을 심의·의결하는 피해구제위원회로부터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상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신청자에 대해 특별구제계정의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건강 피해간 의학적 개연성이 인정되고 시간적 선후 관계가 확인되며 그 피해가 중증이거나 지속적일 경우 구제계정운용위원회 심의를 통해 구제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강피해 및 법률 관련 전문가, 자산운용 전문가, 피해자단체·환경단체 등이 추천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구제계정운용위원회는 이미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인정 기준 부합 여부를 판단한다.

시행령은 또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 또는 원료물질 사업자들의 분담금 납부기준을 구체화했다.

이들 사업자의 분담금은 특별구제계정(1천250억 원)의 재원으로 쓰인다.

폐업·부도·파산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분담금을 납부할 수 없는 사업자나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100분의 1 미만인 소기업은 분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또 사업자에게 부과된 분담금이 100억 원을 초과하면 최장 2년(중소기업은 최장 3년) 안에 분기별로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분담금 부과 대상은 옥시레킷벤키저, SK케미칼 등 18개 기업으로 좁혀졌다.

총 46개로 조사된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 및 원료물질 사업자 중 28개는 분담금 부과 면제 대상으로 확인됐다.

시행령은 또 '폐 질환' 이외에 올해 3월 27일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의결한 '태아 피해 인정기준'을 건강피해 범위에 반영했고, 추가적인 건강피해는 환경부 장관이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피해구제위원회에 참여하는 중앙행정기관은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로 정하고, 건강피해 인정과 피해등급 등에 관한 전문적 검토를 폐질환·폐외질환 조사판정전문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서울시 은평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를 두고,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조사·연구 등을 위한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는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 설치·운영한다.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이들 지원센터와 보건센터는 서울아산병원 등 환경보건센터 등의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이 밖에도 시행령은 중위소득 50% 이하(4인 가구 기준 222만 원)인 신청자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 진찰·검사 비용 지원과 피해자단체 구성 요건 등에 관한 규정도 함께 마련했다.

특별법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와 지속 가능한 지원 대책 수립을 목적으로 올해 1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 8일 제정·공포됐다.

특별법 시행령안은 지난 4월 12일부터 40일간의 입법예고와 한 차례의 공청회, 7월 초 재입법 예고 등의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했다.

시행령은 이달 9일 시행 전 관보 게재를 통해 공포될 예정이며, 환경부 누리집(www.me.go.kr) 법령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습기 피해 인정 못받아도 심의 통해 특별구제…9일 시행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