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수중(水中) 드론 전쟁
중국이 이달 초부터 남중국해에 수중 드론(무인 잠수정)을 대거 투입해 각종 정보를 수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분은 해양 생태계 조사라지만 미군의 ‘항행 자유’ 행보에 대비한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동원한 수중 드론은 12대. 재충전 없이 수개월간 움직이면서 핵잠수함의 자기장 변화와 프로펠러 소음 등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물밑 싸움’은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군함이 이곳에서 활동 중인 미군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가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돌려주기도 했다. 수중 드론의 약점 중 하나는 물 위로 올라왔을 때에만 데이터를 위성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을 계기로 중국이 이 문제를 미국보다 먼저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수중 드론 경쟁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다. 미국은 남중국해처럼 수심이 얕은 곳에서 자율운항으로 지형을 정찰하고 잠수함 정보를 수집하는 ‘에코 보이저(Echo Voyager)’의 성능 시험에 성공했다. 해저에 설치된 적의 기뢰를 탐지해 무력화하는 ‘칼고기(Knifefish)’의 출전 준비도 마쳤다. 이들은 연내 실전에 배치될 전망이다.

중국은 항공 드론(무인기)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중 패권까지 노리고 있다. 중국과학원 선양자동화연구소는 해저 7000m까지 내려가는 기술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다장(大疆·DJI) 등 민간기업들도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또한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 기지와 주요 항만 등을 겨냥한 핵탄두 장착 수중 드론을 개발했다.

수중 드론은 상업용으로도 쓰임새가 많아 벤처 투자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계 스타트업이 최근 펀딩 사이트에 올린 물고기 모양의 수중 드론 ‘비키(BIKI)’는 불과 10시간 만에 목표액의 743%를 모았다. 낚시에 특화된 ‘파워레이’도 인기다. 최장 4시간 동안 수심 30m까지 잠수해 특수 조명 장치와 미끼로 고기를 낚는다. 원전 해역의 방사능 측정과 에너지 탐사에 활용하는 수중 글라이더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잡한 법규 때문에 양식업과 어군탐지 등 일부에만 쓰이고 있다. 그만큼 활용 여지가 많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드론 규제 프리존 법제화’ 등 규제만 풀어줘도 된다고 말한다. 중국과 DJI가 상업용 드론의 최초 개발국·개발기업이 아닌데도 산업을 선점한 게 신성장산업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3면이 바다인 우리의 해양 환경에 뛰어난 정보기술력을 접목하면 수중 드론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