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구청장님' 눈치 보는 서울시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이걸 공개해 버리면 지금 구청장님들이 선거 때 다른 후보자한테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될 수 있잖아요.”

기자가 26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에게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택시회사 과태료 처분율을 알려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무슨 얘기일까.

이날 서울시는 8월 한 달간 상습적으로 법규를 지키지 않은 택시회사 20곳에 대해 특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타깃은 행정처분 건수 대비 과태료 처분율이 낮은 택시회사다. 과태료 처분율이 낮다는 것은 안전관리 위반이나 승차 거부로 적발됐는데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주의나 경고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번 점검으로 과태료 처분율을 올려 단속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행정처분한 966건을 분석해 보니 과태료 처분율은 62.5%(604건)에 그쳤다. 특별 점검을 통해 서울시는 자치구 간 과태료 처분율 편차를 줄이겠다고도 했다. “택시회사 단속과 행정처분 권한은 자치구에 있는데 구청별 과태료 처분율이 최대 72%포인트 차이가 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자치구의 과태료 처분율도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된 자치구는 강북구(96.5%)와 은평구(92.5%) 등 처분율이 높은 곳들이었다. “처분율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26%에 그쳤다”고만 밝혔을 뿐 어느 구청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시민이라면 불법행위를 한 택시회사를 ‘솜방망이 처벌’하는 자치구가 어딘지 궁금하지 않을까. “기자이기 전에 세금을 내는 서울 시민으로서 자료를 보고 싶다”고 거듭 요청했으나 서울시 관계자는 구정 민원을 이유로 단호히 거절했다.

서울시의 반응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서울시는 2015년 11월 자치구별 처분율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불법행위로 적발된 택시운전기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때가 좀 맞지 않아 공개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구청장님’ 눈치 보기 바쁜 서울시가 택시회사 특별 점검을 제대로 할지 의문스럽다.

박상용 지식사회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