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협회 "8개 회원사 내년 적자 예상…구조조정·이전 검토"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근근이 버티던 방직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구조조정과 해외이전 등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는 인건비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마저 인상이 예상된다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4일 대한방직협회에 따르면 방직협회는 최근 12개 회원사 중 8개 면방업체를 상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방직협회는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오르면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비율이 기존 55%에서 74%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8개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3천500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방직업계의 원가 구조는 원재료인 목화 비중이 약 65%로 가장 크고 그다음이 인건비 20%, 전기요금 10%다.

8개사의 작년 매출(면방사업으로 한정)은 총 1조3천80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32억원에 불과했다.

방직협회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연간 인건비가 올해(전망) 1천370억원에서 1천544억원으로 증가하면서 8개사가 약 270억원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경영난으로 힘든데 인건비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서 업체들이 구조조정이나 해외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방직협회는 전했다.

최근 전방주식회사는 그동안의 경영난과 내년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직원 600여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직협회 관계자는 "전방은 빨리 움직인 것이고 결국 시간의 문제"라며 "시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데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정했으니 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방직기계를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업종 특성상 전기요금도 걱정이다.

정부는 심야에 쓰는 경부하 요금 할인율을 줄이는 등 전력 다소비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8개사는 작년 전기요금으로 총 520억원을 냈다.

산업연구원 박훈 연구위원은 "방직업체들이 더는 국내에서 사업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미 1차로 베트남으로 이전했는데 최근 들어 추가로 이전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8개사는 현재 국내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저임금에 기반을 둔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으며 이미 베트남 등 해외로 생산시설을 많이 이전했다.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굳이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방직업계는 12개 회원사에 고용된 근로자 약 5천명의 일자리가 위험하다고 항변한다.

정부는 30인 미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7.4%)을 상회하는 추가 인상분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방직업체는 규모가 커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직협회는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