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내일보다 오늘 저녁을 즐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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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유 만끽하자는 YOLO 스타일
개인의 기쁨과 행복이 서서히 퍼진다면
사회가 보다 근사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주은 < 건국대 교수·미술사 myjoolee@konkuk.ac.kr >
개인의 기쁨과 행복이 서서히 퍼진다면
사회가 보다 근사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주은 < 건국대 교수·미술사 myjoolee@konkuk.ac.kr >
![[전문가 포럼] 내일보다 오늘 저녁을 즐기는 삶](https://img.hankyung.com/photo/201707/07.14334356.1.jpg)
은근히 주변에 바베트 같은 사람이 늘고 있다. 가령 몇 년간 회사를 다니며 꼬박꼬박 모아둔 목돈을 깨 불쑥 세계 여행을 떠난다거나, 자기의 취미생활에 가진 것 전부를 투입하며 만족해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욜로(YOLO)족’이라고 부른다. 이미 유행어로 자리 잡았지만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 욜로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삶의 태도다. ‘You Only Live Once’에서 머리글자를 따온 것인데, 캐나다의 음악가 드레이크가 2011년 발표한 노래 ‘더 모토(the motto)’의 후렴구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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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욜로는 지금의 소중함보다는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에 방점이 찍혀, 내 맘대로 살아보겠으니 상관 말라는 식으로 들릴 때가 있다. 한 푼 두 푼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인 사람들에겐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오늘 하루만 살 것처럼 행동하는 욜로족의 선택이 과연 가치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산업화 세대의 마인드로 보면 욜로는 ‘단 한 번 산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무모한 소비를 정당화하는 것 같고 민주화 세대의 시각에서 보면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눈앞의 자기 삶만 중시하는 이기적인 태도로 비친다. 그러나 욜로족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개인의 행복이 모여 사회 전체를 복되게 한다고 믿는다. 계속해서 산업화 시대나 민주화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버린다거나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시대가 그 세대에 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이제 사람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근사한 내일 저녁 대신, 당장 오늘 저녁이 있는 나다운 삶을 바라고 있다. 노동과 여가의 개념도 뒤바뀌었다. 욜로족에 여가는 노동하고 남은 자투리 휴식이 아니라, 삶의 존재 이유이자 창조적인 성취를 위한 시간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즐기는 인간의 철학이자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욜로다. 이 인간형이 바베트처럼 가진 것을 몽땅 쏟아부어 무언가에 몰입하고 그 기쁨이 서서히 퍼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근사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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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 건국대 교수·미술사 myjoolee@konkuk.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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