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의장이 연일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이고 있다. 옐런 의장은 13일(현지시가)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새로운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영국 런던의 한 행사에서 한 “우리 생애동안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에서 후퇴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자신의 ‘런던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원래 의도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금융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으며, 이로 인해 (위기에) 더욱 견고하고 회복력이 강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옐런 의장이 “역대 Fed 수장중에서 가장 담대한 예측을 내놨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발언의 수위가 과했다”,“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옐런 의장은 이날 “우리는 금융 위기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위기 이후 은행에 대해 훨씬 더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 확보를 요구했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심사)는 은행이 리스크 관리와 자본계획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각한 침체가 있더라도 신용 수요를 충족시키고 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은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는 물가상승률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긴축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비둘기’ 성향을 드러냈다. 월가에서는 옐런 의장의 말바꾸기에 대해 사실상 내년 2월 퇴임이 예정된 상황에서 자신의 발언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처음으로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테이퍼탠트럼(긴축발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언의 수위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은 옐런의 변신에 환호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0.10% 상승한 21,553.09를 기록하면 연이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도 0.19% 올랐으며, 나스닥지수도 0.21% 오른 6274.44로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