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철도경쟁 백지화'의 오류
지난해 12월 출범한 ‘철도경쟁체제’가 6개월 만에 사라질 운명이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수서역 출발 고속철(SR)을 코레일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13년간 공들인 철도구조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려 독점체제로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철도 서비스도 자유로이 선택하는, 그래서 소비자가 왕이 되는 철도시대가 열렸다고 기뻐하면서 시민들이 경쟁체제에 환호를 보낸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정부는 철도경쟁체제를 백지화하려는 이유로 철도의 공공성 강화를 내세운다. 수익을 올리는 SR 때문에 코레일의 채산성이 나빠져 일반 철도의 적자노선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자 철도노선을 살리는 게 공익이라고 말하는 건 좌파집단 특유의 말장난이다. 진정한 공익은 소비대중의 복지 향상이다.

철도경쟁체제 도입으로 시민들이 누리는 편익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를 들면 KTX보다 10% 저렴한 SR 운임은 양사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졌고, KTX는 운임의 5~10%를 적립해 주는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운임이 저렴해지면서 철도 이용객 호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졌고, 이는 다른 재화의 소비 증가로 이어져 생산 증가에도 보탬이 됐다. 전기콘센트 설치 등 객실 내 서비스 개선 경쟁도 눈여겨볼 만했다. 공기업 코레일이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양사의 고객 유치 경쟁도 장안의 화제였다. 그런 편익으로 국민 모두는 오로지 경쟁체제에서만 가능한 싸고 편안한 철도여행을 즐겼다. 경쟁체제가 문명화된 체제라는 게 입증됐다. 국가 독점은 오로지 귀족노조나 코레일 직원만을 위해 국민 모두를 희생시키는 야만적 체제인 것이다.

코레일의 채산성 악화가 SR 때문이라는 주장도 틀렸다. 남 탓하기를 좋아하는 좌파집단의 본능적 사고 논리다. 채산성 악화는 고객 요구 외면, 방만·비효율 경영, 시장 변화 둔감 등이 야기한 코레일 자신의 문제다. 채산성 악화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서비스 혁신, 경영 합리화 등 뼈를 깎는 자구(自救)노력뿐이다. 물론 만성적자의 벽지노선이 있다. 그러나 제구실을 못하는 노선의 열차는 값싸고 편리한, 때로는 정부 보조의 민간 시외버스로 교체하면 된다.

채산성 악화를 독점체제 복귀로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틀렸다. 철도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은 질 나쁜 서비스에 비싼 요금, 천문학적 부채와 적자, 부실경영 등 독점체제가 안고 있는, 경쟁체제로 바꾸지 않으면 해결 불가능한 고질적 병폐 때문이다.

경쟁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가장 저렴하게 충족할 방법에 관한 지식을 찾아내기 위한 절차다. 그런 지식은 경쟁이 없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경쟁은 ‘발견의 절차’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유명한 말이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서비스를 미리 안다면 경쟁은 불필요하다. 승자와 패자를 미리 안다면 경쟁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열차운임 인하, 서비스와 고객 유치 방법 개선 등의 경쟁 수단은 경쟁이 없었으면 생겨나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를 현명하게 만드는 게 경쟁의 묘미다. 거꾸로 독점은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철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재 철도경쟁체제가 바람직한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치명적 자만이다. 검토를 위해서는 경쟁을 통해서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된 게 거대한 실패로 끝난 사회주의경제 아니던가! 시장 규제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시장 개입에 필요한 지식은 경쟁을 통해서만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자유경쟁 확립뿐이다.

국가 소유 코레일과 자회사 격인 SR의 철도경쟁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진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체제의 단순성이 독점체제로의 복귀를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민간 기업들이 자유로이 참여하는 코레일의 민영화가 맞는 얘기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말이다. 고객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는 경쟁을 발견의 절차로 이용해야 한다.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 수송 발전만이 아니라 철도산업을 비롯해 우리 경제 전체의 경쟁력 강화, 고용 창출 등 보편적 번영으로 이어진다. 사회주의의 야만적 국가 독점을 버려라. 문명화된 자유경쟁체제가 철도산업의 바른 길이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kwumi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