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신임 바른정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하태경 최고위원, 이 대표, 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혜훈 신임 바른정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하태경 최고위원, 이 대표, 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혜훈 의원이 26일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에서 권역별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1만6809표(36.9%)를 얻어 1만5085표(33.1%)를 획득한 하태경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정운천 의원은 8011표(17.6%), 김영우 의원은 5701표(12.5%)로 3~4위에 올랐다. 2~4위 득표자는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자강론’으로 보수 적통 경쟁

이 신임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을 ‘낡은 보수’로 규정하며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책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무능하기까지 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보수 전체가 궤멸했다”며 “그런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깨끗하고 책임지고 유능한 바른정당이 집권의 대안”이라며 “보수의 본진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비전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과 거리를 두면서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낡은 보수와의 골든 크로스(순위 역전)가 코앞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간 보수가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악행을 끊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한 경제질서, 경제정의를 이루겠다”며 개혁 보수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 “보수의 미래가 우리에게 있다는 확신을 주면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을 것”이라며 ‘자강론’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보수 적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재 영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매머드급 인재 수혈에 앞장서 내년 지방선거부터 전진 배치하겠다”며 “지방선거부터 제압하고 총선에서 압도하고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진영에 매몰돼 사사건건 반대하는 발목 잡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개혁보수의 가치에 역행하는 결정적인 문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결코 침묵할 수 없는 문제엔 결연히 맞서겠다”고 했다. 이어 “새 정부가 소통하려는 자세와 의지는 인정하지만 국정 운영은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일머리를 모르면 부작용만 커진다. 많은 국민이 이 부분을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원조 친박에서 강성 비박으로

이 대표는 개혁보수 성향의 경제통으로 통한다.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제일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랜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여성 전략공천’으로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19대 총선에선 ‘강남벨트 물갈이’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 핵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당내 경선에서 꺾고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대변인을 지내는 등 ‘원조 친박’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차 등으로 점차 박 전 대통령과 멀어져 강성 비박(비박근혜)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비박계 의원들과 새누리당을 동반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과 가까워 ‘친유승민계’로도 통한다. 4선 의원을 지낸 고(故)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의 며느리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