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가운데)이 22일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왼쪽),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조희연 교육감(가운데)이 22일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왼쪽),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처분 가운데 수위가 낮은 1~3호 사안은 학생부에 기재 않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조 교육감은 22일 서울교육청과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전교조 서울지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학폭 및 교권 담당 변호사를 서울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뒤 취재진과의 관련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견을 전제로 이 같이 말했다.

현행법상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예외 없이 전담기구를 꾸려 사안을 조사해 학폭위에서 사안의 정도를 평가한다. 학폭위 평가 결과에 따라 가해학생에게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호)부터 퇴학(9호)까지 9단계의 처분을 내리고, 이는 학생부에 모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지금의 학폭위 9단계 처분은 그대로 내리되 1~3호 사안은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향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교사가 중재해 풀 수 있는 경미한 사안까지 모두 학폭으로 간주해 학생부에 기재하면 ‘교육적 해결’의 길은 사라질 우려가 있다”면서 “학생 간 사소한 문제가 학부모 간 갈등으로 비화되곤 한다. 학폭 관련 제도와 절차에 대한 중간점검 및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은 “완성된 인격체라 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실수는 개선될 여지가 충분한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교육적 지도가 우선”이라며 동조했다.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도 “나아가 ‘학폭’이라는 용어 자체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안 좋다. 재벌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연루된 숭의초등학교 학폭 사건에서 가해학생 고의 누락 등 ‘면죄부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안모 씨 사례도 뒷말을 낳았다. 안 씨는 하나고 재학 당시 학칙을 위반해 선도위원회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학부모 탄원으로 재심 끝에 퇴학을 면했고 징계 처분마저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았다. 안 씨는 결국 ‘미기재 학생부’로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했다.

때문에 학생부 기재를 비롯해 학폭 사안을 보다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학생들끼리 알밤 한 대 때리는 정도의, 이전에는 교사가 불러 화해시킬 정도의 사안도 학폭으로 간주되고 있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숙해지는 기회도 사라진다”며 “낮은 수위는 굳이 학폭으로 규정하지 않고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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