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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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이 뜻하지 않은 경고음을 올리고 있다. 다름 아닌 유가와 연동된 에너기업들의 회사채 가격 폭락이다. 고수익·고위험을 뜻하는 하이일드(정크본드) 채권이어서 자칫 금융시장이 연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투기등급의 에너지기업이 발행한 투기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이날 550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에너지를 제외한 투기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400bp 밑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150bp이상 벌어져 지난해 8월 이후 격차가 최대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고수익 정크본드 시장은 유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유가붕괴가 지속되면 가장 먼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크본드 시장의 붕괴가 방아쇠를 당기면서 전체 금융시장에 위험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8월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20달러, 2.6% 하락한 44.82달러로 마감하며 올들어 처음으로 45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98센트, 2.3% 하락한 배럴당 42.5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2.13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로써 WTI는 지난 2월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에너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의 추가하락 이전에 채권을 투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기업들이 올들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은 이미 30% 가량 폭락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등 긴축보다 금융시장에 더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약세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정크본드 시장의 위험압력이 커지면서 특히 에너지부문에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시장 붕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역시 아직은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하락이 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아직은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