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운동당 대표 바이루 법무, 유럽의회 보좌관 허위채용 스캔들 책임지고 사퇴
내각서 민주운동당 인사 모두 배제…집권당 연합 정치연대 깨질 가능성 커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선 레이스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집권에 크게 기여한 법무장관이 스캔들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마크롱의 신당과 법무장관이 당 대표인 중도정당의 연합이 깨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여당 단독으로 총선 과반의석을 획득한 마크롱은 의회에서 의석을 조금 잃더라도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정부의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장관과 마리엘 드 사르네즈 유럽담당 장관이 이날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에는 여성으로 프랑스군을 통할하는 역할을 맡았던 실비아 굴라르 국방장관이 전격 사퇴했었다.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사퇴한 이들 세 장관은 모두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정치연대로 묶인 민주운동당(MoDem) 소속으로, 바이루 법무장관은 이 당의 대표다.

카스타네르 대변인은 유럽1 라디오에 출연, "민주운동당의 모든 장관이 내각에서 빠진다"면서 "몇몇 상황들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루 장관의 사퇴발표는 집권당 연합의 총선 압승 이후 정부가 준비 중인 새 조각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나온 것으로, 당초 새로 구성된 의회의 재신임이라는 상징적 절차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던 조각의 폭이 크게 확대됐다.

사임한 장관들 가운데 국방장관과 법무장관은 내각 의전서열 최상위를 점하는 주요 보직들이다.

바이루 법무장관의 급작스러운 사퇴는 민주운동당이 유럽의회 보좌관들을 허위로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

검찰은 민주운동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이 보좌관을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내사에 착수했다.

유럽의회 보좌관은 유럽의회가 위치한 스트라스부르나 유럽의회와 관련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 등지에서 유럽의회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해당 보좌관들은 의원들의 프랑스 내 지역구에서 다른 정치적인 업무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럽의회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일이다.

전날 사임한 굴라르 전 국방장관은 장관 임명 직전까지 이 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과거 대선에 여러 차례 출마했던 중도파 거물 정객인 바이루 장관은 마크롱과 대선 초반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면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마크롱의 집권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바이루는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련의 정치개혁 법안의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당 대표로 있는 정당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자의 반 타의 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운동당과 마크롱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정치연대 관계도 깨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카스타네르 정부 대변인 역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 다수당이 됐고, 정국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해야 할 때"라며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운동당은 42석, 앙마르슈는 308석을 획득했다.

민주운동당과 결별해도 여당은 여전히 과반(289석 이상)을 점유한다.

프랑스 정계는 바이루 장관의 사퇴를 큰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당의 스테판 트라베르 의원은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라르 국방장관의 사임과 마찬가지로 바이루 장관 사임 역시 매우 용기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의 필리프 고슬랭 의원은 법무장관이 검찰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면서 정부의 신뢰성 추락과 국정 동력 상실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정치권의 청렴에 대한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기에 (민주운동당의) 내각 배제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간 르몽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마크롱은 자신이 창당한 앙마르슈만으로 과반을 넘겼다"면서 "스캔들의 독이 퍼져나가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도록 놔두기보다는, 환부를 도려내고 어제의 동맹에서 오늘의 불편한 파트너가 된 세력과 결별해 정치적 위기를 끝내기를 택했다"고 평가했다.

총선 다음날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해 곧바로 재신임을 받은 필리프 총리는 이날 저녁 6시께(현지시간) 새 내각인선을 발표한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