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사검증 부실도 박근혜 정부 탓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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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
“민정수석실에서는 새로운 매뉴얼을 마련할 겨를이 없어 기존 박근혜 정부에서 사용하던 검증 방식대로 진행했습니다.”
청와대가 지난 18일 밤 기자들에게 보낸 참고자료의 한 부분이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한 이틀 후였다. “후보자에게 제출을 요구한 서류 목록에 혼인무효소송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이 없었다”며 부실 검증의 화살을 전 정부 검증 시스템 탓으로 돌렸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국 민정수석은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안 전 후보자가 이혼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한 제적등본은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도 초기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2만5000여 명의 인사 파일을 정부기록보존소에 이관해 볼 수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밀실·수첩 인사를 하면서 생긴 문제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탓을 하고 있다.
청와대가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판결문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유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 청와대가 대대적인 경위 조사에 나섰다. 당시 야당은 “국정 농단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를 규탄했다. 손바닥으로 달을 가린 결과는 뻔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인사 추천과 검증의 엄격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청와대에서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직접 챙겨야 한다. 인사 검증의 책임자가 학교 선배이자 스승인 사람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지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적폐 세력’으로 규정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를 게 없는 태도를 지금의 청와대가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
청와대가 지난 18일 밤 기자들에게 보낸 참고자료의 한 부분이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한 이틀 후였다. “후보자에게 제출을 요구한 서류 목록에 혼인무효소송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이 없었다”며 부실 검증의 화살을 전 정부 검증 시스템 탓으로 돌렸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국 민정수석은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안 전 후보자가 이혼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한 제적등본은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도 초기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2만5000여 명의 인사 파일을 정부기록보존소에 이관해 볼 수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밀실·수첩 인사를 하면서 생긴 문제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탓을 하고 있다.
청와대가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판결문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유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 청와대가 대대적인 경위 조사에 나섰다. 당시 야당은 “국정 농단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를 규탄했다. 손바닥으로 달을 가린 결과는 뻔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인사 추천과 검증의 엄격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청와대에서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직접 챙겨야 한다. 인사 검증의 책임자가 학교 선배이자 스승인 사람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지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적폐 세력’으로 규정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를 게 없는 태도를 지금의 청와대가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