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박생광 '여인과 민속'
그는 오랜 일본 유학과 현지 화단 활동 탓에 왜색풍 화가라는 혹평 속에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단청과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토속적인 이미지들을 오방색을 사용해 화폭에 담아 한국 고유의 채색화풍을 창안하며 극적인 자기변신에 성공했다.
‘여인과 민속’은 강렬한 오방색 위에 새로운 물감을 가볍게 발라 색에 미묘한 변화를 준 절정기 작품이다. 곱게 땋은 머리를 만지는 여인의 모습 뒤로 목안(木雁) 한 쌍과 목가구를 강렬한 원색과 굵은 주황색 윤곽선으로 잡아냈다. 여인의 눈빛과 섬세한 표정을 고혹적으로 살려낸 게 돋보인다. 사람과 사물의 조합, 배치, 구성 등을 중요시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한국 고유의 채색 전통을 부각하는 동시에 현대적 조형감각도 구현해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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