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상공서 2차례 '웨이포인트' 선회비행…서해 작전 함정에 위협
공군 피스아이 등이 탐지한듯…軍, 요격수단 확보 '고심'
북한 발사 지대함 순항미사일 위협적…정밀도 향상된듯
북한이 8일 발사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황해도에 배치할 경우 서해 태안반도 인근에서 작전하는 우리 해군 함정까지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여러 발 발사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동해 상공에서 2차례 선회비행을 한 다음 해상에 떠 있던 목표물을 명중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순항미사일이 공중에서 두 차례 선회비행을 했다는 것은 비행경로상에 2개의 '웨이 포인트'(way poit·중간지점) 좌표를 미리 탄두부에 설정해 놓고 발사했다는 것을 뜻한다.

좌표로 입력한 중간지점에서 선회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내륙으로 쏠 경우 야산 뒤편, 해상으로 쏠 때는 섬 뒤편에 있는 목표물을 찾아가서 각각 타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시험 발사에서 웨이 포인트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냥 직선으로 200㎞ 날아가는 것과 웨이 포인트를 주고 날아가는 것은 다르다.

몇 번 웨이 포인트를 주느냐에 따라 최대 사거리는 길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웨이 포인트가 있는 미사일이라면 함정이 섬 뒤에 숨어봤자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 미사일을 황해도 지역에 배치할 경우 약 200㎞의 사거리로 미뤄 태안반도 인근에서 작전하는 우리 함정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평안도 쪽에 배치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의 함정들도 위협에 노출된다.

여기에다 '웨이 포인트'에서 선회비행하는 능력까지 보여줬기 때문에 목표물을 찾아가 명중시키는 정확도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 미사일은 지상 또는 해상에서 고도 50~100m로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고 요격도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순항미사일도 저고도로 날다가 최고 고도 약 2㎞까지 상승했다.

이는 최고 고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저고도로 비행했다는 뜻이다.

미사일이 저고도로 비행하면 지상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나 해상의 이지스함에 있는 SPY-1D 레이더로 탐지되지 않는다.

지구 궤도에 있는 군사위성도 순항미사일을 포착할 수 있지만, 순항미사일 비행 고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순항미사일은 목표물과 근접거리에서 최고 고도로 상승한 다음 중력 가속도로 급강하해 좌표로 설정된 목표물을 타격한다.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파괴력은 더 높아지게 된다.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의 최고 고도 2㎞는 목표물과 근접거리에서 상승한 고도로 추정된다.

군은 이처럼 위협적인 것으로 분석되는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쏘면서 한미가 이를 탐지할 수 있는지를 떠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한미가 운용하고 있던 감시자산으로 (발사를) 탐지했다"고 설명했다.

지구 궤도의 미국 군사위성과 우리 공군의 '피스아이'(항공통제기)에서 탐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대함 순항미사일이 북한의 1세대 순항미사일인 KN-01(북한은 '금성-1호' 명명)을 개량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성-2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의 한 관계자는 "한미가 이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금성-2호라는 명칭을 부여하지 않았다"면서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개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