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국정운영 계획 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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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의 시사토크] 국정운영 계획 짠다는데…](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065115.1.jpg)
벌써 일부 공약은 수정이 불가피한 모양이다.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부터 혼선이다. 건설 중단을 공약했지만 공사를 중단시킬 법적 규정이 없어 산업통상자원부조차 당혹한 모습이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만들기는 사실상 수정됐다. 81만 개 중 64만 개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일자리 전환이 될 것이라고 한다.
AI·전기차 전력은 안 만드나
공약을 못 지킨다고 탓하려는 게 아니다. 안 되는 공약은 안 하는게 옳다.
장기 전력 수급계획부터 보자. 탈(脫)석탄·탈원전이 공약이라지만 이들을 대체해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2015년에 국회 보고를 거쳐 확정한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5~2029년)에서 2029년 전원별 발전설비 비중은 석탄 26.7%, 원자력 23.7%다. 신재생에너지는 20%에 그친다. 그만큼 대체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에서는 지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장차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이 의료, 증권 등에서 인간을 대신할 때 들어갈 전력도 엄청나게 늘 게 뻔하다. 전기차도 늘어날수록 전기차가 쓸 전력 역시 당연히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전력은 어디서 만들어 낼 것인가.
공약 201개에 175조원이 든다는 게 당초 더불어민주당의 추정이었다. 그러나 턱도 없을 것이다. 공공일자리 81만 개만 해도 4조원을 잡았지만 실제 40조원이 들 것이란 비판이 비등하다. 논란인 추경을 봐도 정부가 4조2000억원을 들여 만드는 일자리는 간접 창출까지 포함해 11만 개 정도다. 그것도 올해 뽑을 중앙부처 및 지방 공무원 1만2000명의 인건비는 빠져 있다.
공약과 국정과제는 달라
재정 지출을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새 정부는 이른바 부자 증세로 해결 하겠다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상위 10%가 전체 세수의 90% 안팎을 내는 반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 정도(2015년 소득기준 46.8%)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층과 대기업 최고세율을 아무리 높여 본들 세수가 얼마나 더 늘어나겠는가.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원래 자타공인 세제 전문가다. 물론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사실 공약은 일방적으로 발표됐을 뿐 제대로 검증된 바 없다. 업무보고 한 달간 이런 공약을 모두 이행할 계획을 내라고 밀어붙일 게 아니었다. 공약과 국정과제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공약을 100% 국정과제에 담지 않았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약은 잊으라는 권고가 왜 나오겠나.
정부가 직접 월급을 주는 일자리를 만들고, 노후자금과 복지비용을 더 늘리고, 원가가 높은 에너지로 대체하려면 국민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정히 모든 공약을 이행하겠다면 세금과 전기요금을 더 내라고 국민에게 말할 각오를 해야 한다.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도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 국가가, 경제가 실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온전한 대한민국을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