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지침이 아직 …" 입 꾹 다문 교육관료들
“아직 위에서 결정이 안 난 거라….” 교육부 관료들이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취재차 통화라도 하면 거대한 벽과 마주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들이 ‘위’라고 지칭하는 기관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다.

박춘란 신임 교육부 차관이 지난 1일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등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라도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국민의 편에서 열심히 정성을 다해 일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박 차관 스스로 “언론을 통해 임명 사실을 알았다”고 했을 정도로 ‘깜짝 인사’였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약 15분의 간담회는 허전함을 남겼다.

교육부의 ‘복지부동’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튀는 못은 망치로 찍힌다’는 교훈을 지난 정부 내내 ‘학습’했다. 언론에 기사가 나오면 청와대로부터 새벽 6시에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실무 과장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국정역사교과서 등 ‘윗선’에서 한번 정한 과제에 반론은 허용되지 않았다.

새 정부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 고위 관료는 “국정기획위의 서슬이 시퍼런데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달 25일 교육부 업무보고 때가 그랬다. 당시 국정기획위는 교육부 관료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래놓고 보고 내용은 국정기획위를 통해 흘러나왔다. 다른 부처 보고와 달리 누리과정의 국가 부담 건은 아예 국정기획위 대변인이 발표했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선임되면 교육부에 하달될 명령과 지침의 무게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교사 증원, 자율형사립고 및 외국어고 폐지, 대입제도 개혁, 고교 과정 의무화 등 치열한 논쟁을 앞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교육부 내에선 4년6개월여 만의 내부 출신 차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신임 장관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 실현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관료 차관이 적절한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에 영혼을 불어넣는 선배가 되길 바란다”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후배들의 바람과 함께 박 차관의 임기가 시작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