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 휘트먼 HP CEO
멕 휘트먼 HP CEO
미국 주요 대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남성 CEO보다 19%가량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남성의 연봉 수준이 여성보다 높은 ‘성별 임금격차’가 발생하지만 CEO 급에선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주요 기업 CEO 403명의 지난해 연봉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CEO 21명의 연봉 중간값은 1380만달러(약 154억원)였다. 남성 CEO가 받은 1160만달러(약 130억원)보다 19% 많은 수준이다. 연봉 중간값은 연봉을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수치를 의미한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전체 CEO의 연봉 중간값은 1170만달러(약 131억원)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기업 이익이 개선되면서 자연스럽게 CEO에게 돌아간 몫이 증가한 것이다.

여성 CEO의 연봉이 높은 것도 소속 기업 실적이 개선된 덕분이다. 주가와 배당수익으로 평가하는 총 주주수익률 역시 여성 CEO가 이끄는 기업이 18.4%로 남성 CEO를 둔 기업(15.7%)보다 높았다. 하지만 고액 연봉에 숨겨진 요인은 여성 CEO 비율이 낮다는 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S&P500 소속 기업 여성 CEO 비율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했다. 2015년 28명에서 지난해 21명으로 7명 감소했다. ‘유리천장’을 뚫고 최고 자리까지 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몇몇 여성 CEO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여성 CEO는 휴렛팩커드(HP)의 멕 휘트먼이다. 지난해 그의 연봉은 356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두 배 많았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의 연봉은 3270만달러로 전년보다 198만달러나 뛰어올랐다. 스톡옵션 150만주를 합친 금액이다. 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도 고액 연봉을 받은 여성 CEO에 이름을 올렸다.

허란 기자 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