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은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7년 FTA 발효 당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아세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위였으나 지금은 중국에 이은 2위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아세안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美·EU 추월한 아세안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아세안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88억달러였다. 수출이 745억달러, 수입이 443억달러였다. 아세안 회원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브루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10개국이다.

2007년 FTA 발효 때 아세안이 한국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4%였다. 중국(22.1%) 유럽연합(EU·15.2%) 미국(13.3%)에 이은 4위였다. 아세안은 이듬해 비중이 11.7%로 늘며 미국(11.0%)을 추월했고, 2011년에는 12.9%로 EU(10.2%)까지 제치며 2위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한국 전체 수출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를 기록했다.
FTA 10년 만에…아세안 '제2 수출시장'으로
산업부 관계자는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FTA 발효 후 연평균 7.5% 증가했다”며 “이는 세계에 대한 수출 증가율 3.3%보다 4.2%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 국가 중에는 베트남 수출 비중이 43.8%(327억달러)로 가장 높았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등이 있다. 싱가포르 16.7%(125억달러), 말레이시아 10.1%(75억달러), 필리핀 9.8%(73억달러), 인도네시아 8.9%(6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中 의존도 줄일 대안으로 부상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구조를 살펴보면 아세안은 한국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수입한 뒤 이를 완제품으로 조립해 재수출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76.6%(2015년 기준)다.

한국 기업의 아세안 투자는 FTA 발효 직전 해인 2006년 36억5600만달러였다. FTA가 발효된 2007년 65억9500만달러로 상승했고, 2010년 71억950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 46억25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가 2015년 65억8900만달러, 2016년 64억400만달러 등으로 회복 추세다. 지난해 대중국 투자액은 40억달러로 아세안 투자액보다 24억달러 적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3년까지 대기업 위주의 투자가 이뤄졌다면 2014년부터는 중소기업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대기업이 현지에 먼저 진출해 생산기지를 구축하면 하도급업체인 중소기업이 뒤따라 들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아세안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집에서 “보호무역에 대처하고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아세안, 인도 등의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관련,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을 계기로 무역 다변화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아세안은 중국 의존도를 낮출 대안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