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100년 노조 권력에 맞선 마크롱
올 3월 프랑스 노조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온건 좌파 계열의 노조 단체 CFDT(사회민주노총)가 노조원 수에서 공산당 계열 CGT(프랑스노총)를 제친 것이다. CFDT가 설립된 1919년 이후 98년 만의 일이었다. CFDT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선거 기간에 마크롱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마크롱의 대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음은 물론이다. 로랑 베르제 CFDT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노조는 이제 (변화에) 저항할 게 아니라 적응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에게 이 같은 변화의 약발이 먹히고 있다.

배타적이고 분열이 깊었던 길드의 천국 프랑스였다. 국민들은 20세기 제조업 등장으로 보다 조직적이고 혁명적인 노조를 원했다. 100년 역사의 프랑스 노조 단체들이 탄생한 배경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군인들이 노조 활동에 뛰어들면서 노조의 위력은 한층 세졌다.

노조 천국 제도 만들었던 佛정부

정작 프랑스 노동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건 1968년에 전개된 68혁명이었다. 68체제 이후 프랑스 노동계는 급변했다. 단체 협약은 노조 가입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 노동자에게 적용됐다. 개별 기업들의 노조 협상도 금지됐다. 1982년 출범한 좌파 미테랑 정권은 1년에 한 번 임금 교섭을 의무화하는 법률까지 제정했다. 우파였던 자크 시라크 정부마저 1998년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만들 정도였다.

결국 정부가 제도나 규제를 통해 노조를 키우고 노조 단체에 힘을 실었다. 프랑스는 갈수록 노조 천국으로 변했다. 프랑스에서 알려진 노조 단체는 모두 13개다. 정부에서 대표성을 인정한 단체만 5개나 된다. 모두 역사가 100년이 넘은 거대한 노조 단체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지 정당이 있는 이념 성향의 노조들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의원 등 정치인들도 다수 배출한다. 물론 노조들 간 싸움도 대단하다. 2014년 노조 대토론회에선 의견이 맞지 않는 노조 단체 대표가 갑자기 퇴장하기도 했다.

국민들 원하는 '과거와의 단절'

정작 프랑스 국민들은 노조에 시큰둥하다. 노조 참여율이 불과 11%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조 계약에 구속된다. 프랑스 제도들이 그렇게 만들어 놨다. 한 기업에 다양한 하청 기업들이 존재하다면 이들 모두 다른 노조단체와 계약을 맺는다. 기업하기 힘든 사회다. 그 속에서 프랑스의 실업률은 올라가고 GDP 증가율은 30년째 2% 미만이다. 관광대국 자리도 테러 등에 밀려 스페인에 내줄 처지다. 이제 더 이상 프랑스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는 것이다.

마크롱 신임 대통령은 그제 CGT, CFDT, FO(노동자의 힘) 대표 및 재계 대표들과 1 대 1 면담을 했다. 하루 종일 노사 관계자들과 면담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마크롱은 68체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이다. 미테랑의 유산과도 결별할 수 있다.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제도와 규제 개혁이 그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화와 타협을 무기로 내세운다.

당장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노조와 협상하도록 법안을 바꾸려 한다. 주 35시간 노동도 개혁하려 하고 있다. 일간지 르피가로는 “마크롱은 알고 보면 전형적 우파”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크롱의 노동 개혁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