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전석매진 이어가려는 배우들의 열정적 앙상블
라브 역을 맡은 최호성 단원이 “산 너머에 사는 총각을 니 남편감으로 구해놨다”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했다. 그루세 역의 조유아 단원이 옆에 앉아 뾰로통한 표정을 짓자 최 단원은 “저~기 산 너머 마을”이라고 말하며 먼 곳을 쳐다보는 시늉을 했다. 정의신 연출가는 최 단원에게 “이 대목에서는 그루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양옆에서 잡고 함께 보자는 뜻에서 마을 쪽으로 돌리라”고 주문했다.
‘공연 전 전석 매진’이라는 국립창극단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3~1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다. 이 작품은 2015년 초연 당시 연극에서 명성이 높은 정 연출가가 참여했다는 점, 서양 고전문학을 원작으로 한국 전통 공연인 창극을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큰 화제를 모았다.
24일 찾은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는 배우와 제작진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매일 6시간 이상 연습해왔으며 최근에는 하루 연습량을 9시간 이상으로 늘렸다. 정 연출가는 “일부 불가피한 변경을 제외하고는 초연 때 느낌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경은 안무가는 “정 연출가 특유의 ‘기쁜데도 슬프고, 슬픈 가운데도 웃긴’ 연출기법과 유머 코드가 잘 통하는 작품”이라며 “이런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움직임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강행군의 연습 일정이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며 애드리브(공연 중 즉흥적으로 하는 대사나 동작)를 자주 했고 어떤 대목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시몬 역을 맡아 초연에 이어 올해도 공연에 참여하는 최용석 단원은 “2년 만에 다시 대본을 보자 초연 때 감정이 그대로 올라오며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말했다. 안미선 인턴단원은 “초연 때 이 작품을 워낙 재밌게 봤고 정 연출가의 작품에도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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