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전망] 국민 1인당 영화관람 연 4.2회…꾸준히 성장하는 박스오피스
지난해 국내 박스오피스는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4.2회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싱가포르(3.9회), 홍콩·호주(3.6회)보다 앞선다.

이미 국내 영화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추가로 성장할 여력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영화시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다. 영화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고, 중장년층(45세 이상) 관객도 늘었다. 중장년층 관객의 비중은 2007년엔 5.3%에 불과했으나 2016년 20.3%까지 증가했다. 중장년층이 전체 관람객 숫자의 증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영화 관람을 단순한 오락으로 여기지 않고 감독의 숨은 의도 파악 등을 즐기는 ‘마니아’ 계층이 탄탄해지면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일명 ‘N차 관람’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2016년 기준 CJ CGV의 N차 관람객의 평균 관람 횟수는 3.5회다.

영화산업은 사회 이슈에 따라 일시적인 타격이 있기는 하지만 연간 실적으로 놓고 보면 우려를 불식하는 결과를 내놨다. 일례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촛불집회에 인파가 많이 몰리면서 극장이 한산해졌다. 이 때문에 실적 우려가 있었으나 11월을 지나 12월에는 관람객 수가 다시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형 이슈가 발생하면서 위축됐던 영화 소비는 몇 달 이연될 뿐 연간 총 관람횟수가 감소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이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하면서 영화관람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고 기업의 분기 실적에도 타격이 있었지만 연간 관람객 수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대형 이슈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해외 진출을 통한 시장 다각화로 매출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CJ CGV는 중국을 비롯해 터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 다각화로 각국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등의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주문형 비디오(VOD)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수요의 증가가 영화관 관람객 숫자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집에서 영화를 보는 수요가 영화관을 찾는 수요를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영화관 관람은 단순 콘텐츠 소비를 넘어선 레저 활동이다. 이 때문에 VOD 등으로 인한 잠식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지난 5년간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확보한 영화가 매년 나왔으며 2016년에는 비주류였던 좀비물인 ‘부산행’이 유일하게 1000만 영화로 기록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스릴러 장르의 ‘곡성’과 ‘아가씨’, 독립영화인 ‘귀향’,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등의 성공은 관객층이 다양해지고 다양한 장르가 흥행할 수 있는 관객 저변이 넓어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IMAX, 4DX, 스크린X 등의 서비스는 영화관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술 발달 때문에 영화관에서의 관람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대체불가능한 영화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위주로 특화관 수요가 증가하면서 평균티켓가격(ATP)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일반 상영관에 비해 특화관의 티켓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이다. 정면뿐 아니라 좌우 옆면까지 화면이 확대된 스크린X 영화관과 그에 걸맞은 콘텐츠의 보급 확대도 관람객이 극장을 찾는 유인이 될 것이다.

국내 영화산업계는 스크린을 통해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와 가상현실(VR) 체험공간이 대표적인 예다. 극장산업의 한계와 정체를 벗어나려는 시도다. 극장을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시켜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고 객석 점유율을 상승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mjkim@hi-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