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르네상스 부산]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내 일자리' 구하기
참으로 사람 살기 어려운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만든 기계가, 고안한 인공지능(AI)이 삶의 원천인 내 직업을 위협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자식들의 미래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 것일까. 왜 잘살아보자고 만들어가는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주인인 우리가 가슴 졸이며 로봇과 인공지능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초지능·초연결 혁명으로 일컫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시되는 수많은 장밋빛 청사진의 그늘에는 삶의 터전인 ‘일자리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지금 이순간 모든 직업의 34%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한 완벽한 대체가 가능할 뿐 아니라 초등학생의 67%는 지금은 없지만 새롭게 탄생할 ‘생소한’ 일자리에 종사할 것”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는 당황하게 만든다. 격랑과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 인간 생존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변하는 세상에 나홀로 유유자적 살 수도 없다. 기왕 맞을 매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의 진화단계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첫째는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이 부분은 완벽하게 종료된 상태다. 둘째 단계가 인간 두뇌를 대신하는 것으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증명됐다시피 단순 지능은 물론 전략적 판단에서조차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을 앞지르고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진화의 마지막 3단계는 인간만의 전유물이던 오감과 감수성을 얼마만큼 따라올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인간보다 더 부드럽고 더욱 뛰어난 감수성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실생활에 파고드는 경지가 앞으로 10년 안에 펼쳐질 것이라 하니 기분이 오싹하다.

인간보다 체력, 지능, 감수성 등이 뛰어난 로봇을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이기면서 살아갈까. 인간의 3대 장기인 지, 덕, 체를 추월당하면 밥줄인 직업도 기계에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미래학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처방을 내리고 있다. 창의력과 네트워킹 능력을 갖춘 인간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이기고 기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눈여겨봐야 하는 미래 최고 일자리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직업, 사람들 틈새에서 발생하는 복잡 미묘한 인간사를 해결하는 직업이 될 것이다. 전자의 사례로는 연구개발(R&D) 전문직, 후자는 인간복지 및 건강 설계사를 꼽을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과외수업 2~3개는 기본일 정도로 사교육 열풍이 대단하다. 하지만 일자리와 직업 지도가 확 바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단순반복적 암기 능력과 정답을 재빨리 고르는 기술은 스마트한 기계가 전담하게 된다. 과외공부에서 배우는 얕은 학습 향상 능력은 인간에게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사교육을 줄이는 대신 과학 창의력과 사회 탐구력을 키우는 현장학습을 도입해 친구들과 오순도순 더불어 살아가는 친화력과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미래 직업 경쟁력 확보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성세대도 이제는 인생 2모작 시대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기득권을 재빨리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끊임없는 학습, 미래에 전개될 새로운 가치 원천에 대한 무한도전과 혁신노력만이 4차 산업혁명 공포에서 일자리를 지키는 첩경이 아닐까.

민철구 <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