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비둘기’의 보금자리에서 ‘매’의 둥지로 변하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서 손을 떼고 금리정상화의 속도를 높여 경기과열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FOMC위원들의 구성이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 성향이 보다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를 비롯, 에스더조지(캔자스시티), 로레타 메스터(클리블랜드) 등 기존의 매파 위원들외에도 에릭 로젠그린(보스턴)과 존 윌리엄스(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총재도 매파 성향으로 분류했다. 로젠그린 총재는 과거 금융시장 안정성을 중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일관되게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윌리엄스 총재 역시 매파 성향에 가까운 중도파로 분류했다.

Fed의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중도성향이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옐런 의장을 비롯한 중도 성향의 위원들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통화정책방향이 갈리겠지만 이전보다는 매파적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설명이다. CNBC는 시장 전문가를 인용, “Fed의 정책 성향이 최근 수개월간 급격하게 변했다”며 “완화적 통화정책(easy money)대신 긴축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테이블위에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5월 FOMC 회의록에서도 이같은 기류는 확인됐다.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조만간(soon)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지난 1분기 경제성장이 당초 예상을 밑도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둔화는 일시적일 것이며, 기존의 금리인상 계획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밑돌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두 차례의 추가금리 인상을 재검토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Fed의 자산 축소와 관련, 복수의 위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줄여나갈지를 검토해 올해안에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회의록이 나온 뒤 연방기금금리의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판단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6월 기준금리 인상확률을 전날의 78%에서 83%로 올려잡았다. 1주일전에는 64%였다.

USB는 다만 지난 3월 취임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정책 성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며, 지난달 비밀누설 의혹에 휘말리며 전격 사퇴한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은총재의 후임이 누가 임명될지도 변수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찰스 에반스(시카고),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제임스 블라드(세인트루이스) 등 3명의 지역연은 총재는 여전히 ‘비둘기파’로 분류했다. 라엘 블레이너드 Fed 이사도 완화적 통화정책의 제거를 지지했지만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쪽이라고 분석했다.

UBS는 내년에 옐런 의장과 피셔 부의장의 임기가 끝나고 Fed의 사령탑이 교체되면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