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 돌파를 시도하는 코스피 랠리가 ‘실적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 주식시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지만 실적 개선은 삼성전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삼성전자를 빼도 상장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실적을 앞세운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뚫고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빼고도…상장기업 순이익 32% 늘었다
◆영업이익률 1.16%p↑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36개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은 8.54%였다.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35% 늘어났다. 영업이익(38조8906억원)과 순이익(32조1938억원)은 25.34%, 35.77% 급증했다. 올해 상장사 순이익이 130조원에 달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 안팎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2015년 6%대, 지난해 7%대에 이어 올 1분기 8%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1분기(7.38%)보다 1.16%포인트 높아졌다. 1만원어치 제품을 팔아 854원을 남겼는데, 종전보다 마진이 116원 늘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빼고도…상장기업 순이익 32% 늘었다
삼성전자 쏠림현상도 이번에는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크게 줄었던 과거와 달리 다른 기업들의 실적도 좋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매출액은 405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27%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8조9900억원과 24조5000억원으로 19.05%, 32.78% 증가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낸 상장기업 229곳 가운데 115곳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보다 증가율은 줄어들겠지만 기업들의 실적 개선 방향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앞세워 이달 4일 역사적 고점을 새로 쓴 후 연일 최고치 경신을 시도하고 있다. 16일도 4.68포인트(0.20%) 오른 2295.33에 장을 마쳐 지난 11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2296.37) 부근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0.61% 상승) 현대자동차(2.27%) 포스코(0.74%) 아모레퍼시픽(1.59%) 등 대형주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황금에스티 동일산업 이익 10배↑

전 업종 실적이 고루 개선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운수장비, 전기가스 2개 업종을 제외하곤 모든 업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 의료정밀(32.53%), 철강금속(23.00%) 등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철강금속 기업들은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과 철강재 가격 상승 덕을 봤다. 대장주인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106.89% 늘어난 것을 비롯해 현대제철(29.90%), 고려아연(26.20%), 동국제강(10.59%) 등도 실적이 개선됐다. 황금에스티(940.69%), 동일산업(917.90%) 등 중견업체들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전기전자(12.61%) 업종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LG그룹의 전자 계열사 실적도 돋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1조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 해 전보다 2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도 17배 가까이 급증했다.

내수주도 선방했다. 유통업, 음식료품업 매출은 각각 9.01%, 5.63% 늘었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과 가정간편식(HMR) 관련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1분기 매출이 11.29%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42.87% 늘었다. HMR 상품을 확대하는 동원F&B의 영업이익도 8.39% 늘었다.

구조조정을 겪은 조선업종도 부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1452.26%), 삼성중공업(347.50%)은 올 들어 수주가 늘면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조진형/강영연/윤정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