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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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구하려고'…세월호 당시 탈출 쉬운 5층서 4층 내려가
기간제 이유로 순직 인정 외면…3년여만에 대통령이 인정 절차 지시


스승의 날인 15일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김초원(26)·이지혜(31)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참스승'으로 존경받던 두 교사의 삶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당시 두 교사는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운 5층에 머물렀으면서도,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조활동을 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에서 교과 수업과 담임을 맡고, 방과 후 수업, 생활기록부 업무를 담당하는 등 정규 교사와 똑같은 일을 했던 두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 선생님이었다.

2학년 3반 담임이던 김 교사는 학생들을 인솔하고 수학여행을 떠난 2014년 4월 16일 생일을 맞았다.

김 교사의 생일 이틀 전 학생 33명은 우편엽서 크기의 색종이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처음으로 담임을 맡아 많이 떨기도 하고 울기도 했던 김 교사의 여리고 착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 학생은 "선생님 울지 마세요.

당황스럽고 슬퍼요"라며 김 교사의 여린 마음을 이해했고, 다른 학생은 "선생님은 너무 착하세요.

그렇지만 우리 반을 꽉 쥐어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애들이 해이해지지 않으니까요"라고 썼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하고, 사랑을 베풀었던 김 교사에게 큰 신뢰를 보였으며,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편지에는 "샘이랑 만나자마자 친해진 것 같아서 너무 좋고 상담할 때 저를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진짜 감동이에요", "선생님의 첫 제자로서 선생님 얼굴에 먹칠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제자가 될게요"라는 등의 글이 남겨져 있다.

김 교사는 그러나 제자들과 행복하게 보냈어야 할 생일 아침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들 곁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는 발견 당시 제자들에게 선물 받은 귀고리와 목걸이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학년 7반 담임인 이 교사는 부모 말을 어긴 적 한 번 없는 집안에 충실한 맏딸이자, 졸업한 제자들도 다시 찾아와 감사함을 표하는 참스승이었다.

단원고 근무 6년 차에 사고를 당한 이 교사는 사실 전년도인 2013년 다른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모집 때 서류 합격을 했다.

그러자 단원고는 교사·학생 모두에게 평판이 좋은 이 교사를 놓칠 수 없어 학교에 더 남아달라고 부탁했고, 이 교사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도 담임을 맡아 교과 수업에 생활지도까지 벅찼을 테지만, 이 교사는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다정다감하게 제자들을 가르쳤다.

조금만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정도로 겁이 많은 성격인 이 교사는 참사의 순간 누구보다도 큰 용기를 냈다.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운 배에서 가장 위층인 5층에 묵었던 그는 배가 기울자 학생들이 머무는 4층 객실로 내려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고 구조활동을 벌였다.

안타깝게도 이 교사 또한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세월호 4층 중앙 부분에서 차갑게 식은 몸으로 발견됐다.

그가 발견된 4층 중앙 부분은 양옆으로 계단이 있어 7반 학생들이 배정받은 객실이 위치한 선수보다 탈출이 쉬운 곳이다.

그러나 이 교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내준 듯,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두 교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은 돌보지 않고 학생 구조활동에 매진한 김 교사와 이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수년째 촉구해왔다.

바라는 것이라고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인 두 사람의 명예로운 죽음을 인정해달라는 것뿐이었다.

한편 스승의 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 교사와 이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인사혁신처는 그간 '이들은 정교사가 아니고 비정규직 교사이기 때문에 교육공무원이 아니며 그들이 하는 일도 상시적 공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류수현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