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현대산업개발 등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해온 국내 기업들이 ‘재벌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지주사 개편 작업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4일 “최근 들어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올스톱됐다”며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던 기업들도 법·제도 개편에 따른 ‘플랜B’(비상대책)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 지켜보자"…'지배구조 개편' 중단한 기업들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해온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공약은 ‘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목적으로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거나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은 그동안 SK텔레콤을 투자회사(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주)SK와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왔다. 2조4000억원에 달하는 SK텔레콤 자사주(12.55%)의 의결권이 살아나 지주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를 (주)SK의 증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 분할은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 추진하지도 않을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현대산업개발 오스템임플란트 등 내부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던 기업도 당분간 정부 정책을 지켜보자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올해 7월부터 지주사 자산 요건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강화되면서 중견그룹의 지주사 전환도 원천봉쇄됐다.

계열사 간 지분 소유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때문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단계적’이라는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상장기업 지분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순환출자 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현대산업개발 등 총 8곳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현대차가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푸는 데 필요한 지분 매입 비용은 4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좌동욱/김익환/김보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