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중소기업정책 통합 '상생 생태계' 조성해야
올 초에 정부가 30대그룹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신규 고용 확대를 부탁했지만, 경기침체와 국내외 시장환경 불안정 등으로 인해 고용 확대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작년의 30대그룹 고용성적을 살펴보면 고용이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 발표에 따르면, 30대그룹의 고용은 지난 연말 기준 93만124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5년 말에 비해 약 2만 명(2.1%) 감소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비중은 매출규모에서는 커지고 있지만 고용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30대 그룹 중에서 상위 4개 그룹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6%에 이르고 있으며 순이익은 73%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 그룹 내에서도 양극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상위 소수 대기업 그룹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들 상위 대기업 그룹의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더없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다.

이와 같이 한국 경제는 그동안 대기업, 그것도 상위 대기업의 성장에 힘입어 커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 양극화 심화는 이제 더 이상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은 그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벌써 10여 년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벽을 못 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 하겠다.

이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소기업정책의 거버넌스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대선 공약으로 중소기업부 신설을 약속했기에, 새로운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에 대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산업정책을 주관하는 거버넌스는 1948년 상공부가 신설된 이후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초기의 상공업무에 자원과 통상이 추가되면서 오늘의 산업통상자원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 업무는 1973년 상공부의 외청으로 신설된 공업진흥청이 1996년에 중소기업청으로 통폐합되면서 여전히 산업부의 외청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정책은 경제성장의 초기단계와 같이 여전히 대기업에 의존해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것에서 별반 변화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사업 경계가 모호해지고 현재 세계경제를 주도하며 주목받고 있는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들은 어느 특정 산업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융합적이고 초산업적인 기업들이다.

4차 산업혁명 또한 어느 특정한 산업정책으로 대응하고 주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혁신형 스타트업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일구도록 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혁신과 융합적인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싹을 틔울 수 있는 생태계 형성은 기존 산업정책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나 조직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의 부(部) 승격을 통해 중소기업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필요도 있다. 중소기업정책도 보호 및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경쟁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으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이제 중소기업부 신설 검토와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 수립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하는 성장 패러다임’이 확립되기를 바란다.

이정희 < 중앙대 교수·경제학·한국중소기업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