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대한 재협상…무역적자 '제로' 됐으면 좋겠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의회 인준을 통과함에 따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위한 공식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NAFTA는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하다며 역시 재협상을 공언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FTA 재협상으로, 향후 한미FTA 재협상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AFTA 재협상 절차를 시작하려면 트럼프 정부가 라이트하이저를 정식으로 임명하고 재협상을 선언한 뒤에 90일간의 의회 회람 기간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캐나다, 멕시코와의 NAFTA 재협상은 8월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내 NAFTA를 완전히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수년 걸리는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내년 여름 멕시코에 선거 일정이 있어서 연내에 끝내지 않으면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FTA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이 한 끔찍한 협정"이라며 "체결된 지 5주년이 돼서 재협상 시한이 됐고 한국 측에 협상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NAFTA에 대해서는 "끔찍한, 캐나다와 멕시코 양국 모두에게 너무도 일방적인 협정으로,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갔다"이라며 "우리는 더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NAFTA를 6개월 내 종료하기 위해 서한을 보내기 직전에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 등이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와 종료 대신 협상을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NAFTA 재협상을 패스트트랙(빠른 경로)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느리다"면서 "70일 전에 빠른 경로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초안을 제출했는데 USTR 대표 인준이 늦어 승인을 못 받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NAFTA는 어떤 형태냐는 질문에 "거대한 재협상이 될 것"이라면서 "공정한 NAFTA가 안되면 종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현재 멕시코를 상대로 700억 달러, 캐나다를 상대로 15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무역적자가 제로가 된다고 반드시 공정한 NAFTA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제로로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떨 때는 상대국들이 흑자를 어떨 때는 우리가 흑자를 낼 수 있다"면서 "(우리가 흑자를 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공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USTR이 지난달 말 의회에 사전 제출한 재협상 개시 의사 초안은 대대적인 개정보다는 완만한 수정의 논조를 띠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풀이했다.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재협상에서 미국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활시킬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반덤핑 및 상계관세 심사와 분쟁해결조항의 폐지도 명시했다.

기존에 공언해왔듯 멕시코산 제품에 2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