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어머니와 리더십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함영주 < KEB하나은행 hana001@hanafn.com >
    [한경에세이] 어머니와 리더십
    오늘은 45회 어버이날이다. 1956년 처음 어머니날이 제정됐고 1973년 어버이날로 재지정됐다. 사실 몇 회가 뭐 그리 중요하랴.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머니라는 말만큼 가슴에 큰 울림을 주는 단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얼마 전 중국 선양에 있는 중국하나은행 분행에 갔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최근 실적이 많이 개선돼 그동안 애쓴 직원들을 격려하고자 들른 자리였다. 한 직원이 ‘어머니와 고향’이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항상 자신을 받아주고 품어주는 어머니와 고향이 닮았다며, 이런 엄마와 고향이 있으니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는 내용이었다. 조금은 엉뚱하고 어설픈 시였지만 열정과 의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 또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건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어머니의 존재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필자는 후배 직원이나 젊은 대학생에게 섬김과 배려의 자세를 강조하곤 한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나의 어머니가 계신다. 학창시절 하숙할 때 일이다. 어머니가 하숙비로 쌀 일곱 말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찾아오셨다. 쌀을 팔아 돈으로 바꿔 보내면 편할 텐데 무거운 쌀을 들고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길을 직접 오신 것이다. 처음에는 땀으로 범벅이 돼서도 아들을 보고 웃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농사짓는 어머니의 손이나 얼굴을 친구들한테 들킬까 봐 부끄럽기도 했다. 한참 후에 알게 됐다. 어머니는 직접 농사지은 질 좋은 쌀로 아들에게 찰진 밥을 먹이고 싶어 하숙비를 쌀로 가져오신 것이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우직하기 짝이 없고 어찌보면 미련스러워 보일 정도의, 늘 한결같고 변함없는 게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을 대하는 모습이다. 바라는 것 없이 희생과 헌신을 베푸는 어머니의 마음과 닮은 ‘섬김의 리더십’이야말로 요즘같이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섬김과 배려의 자세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일시적 방편이나 처세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돼야 나도 잘되는 것이라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이야말로 그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만이 아니라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고객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다면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함영주 < KEB하나은행 hana001@hanafn.com >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음악 산업 생태계 흔드는 AI 기술

      최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음악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작곡과 연주, 편곡, 하물며 보컬 생성 등 음악 창작 전반에 AI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AI 음악은 더 이상 실험이나 미래의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실제 음악 시장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많은 산업 종사자가 기술 발전 속도에 놀라움과 불안을 느끼는 동시에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수노(SUNO), 유디오(Udio) 등 대표적인 생성형 AI 작곡 플랫폼은 멜로디와 화성, 편곡은 물론 가사까지 포함한 음악을 단시간에 완성해 제공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아이디어 스케치나 데모 제작 도구로 인식되던 AI 음악은 이제 별도 후반 작업 없이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결과물로 진화했다. 이런 변화는 음악 창작의 진입 장벽을 급격히 낮췄고, 유튜브와 틱톡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AI로 생성된 음악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변화는 작곡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기존 음악가들의 연주를 학습해 한때 가상악기의 한계로 여겨지던 현악기 연주나 보컬 표현에서도 점점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해내고 있다. 이는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산업 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이런 상황은 과거 음악산업이 겪은 기술적 전환과도 닮아 있다. 소리바다와 냅스터로 대표되는 MP3와 파일 공유 서비스, 벅스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음악산업의 질서를 흔들었고, 당시 음악은 ‘공짜

    2. 2

      [천자칼럼] 외계인 논쟁

      인류 창작물에 외계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2세기 무렵이다. 로마제국에서 활동한 루키아노스의 소설 ‘진실한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이 달에서 외계인과 전쟁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키아노스가 묘사한 외계인의 모습은 공상과학 영화 속 에일리언 못지않다. 엉덩이에서 털이 자라고 배꼽에 눈이 달려 있다. 학계는 외계인 실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처럼 빛과 열을 내는 항성이 2000억 개 넘게 존재한다. 1000억 개 이상 항성을 보유한 은하는 관측된 것만 1700억 개에 이른다. 최소 170해 개에 달하는 항성계 중 어딘가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외계인이 지구 문명과 접촉했는지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거세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외계인 존재를 숨기고 있으며, 냉전 시대부터 운영된 네바다주 공군 연구소 ‘51구역’에 외계인 시체와 UFO 잔해를 보관 중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이런 믿음이 확산한 데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한몫했다. 지미 카터는 UFO를 목격했다고 밝히며 당선 후 감춰진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국방부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가 기밀’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조지 HW 부시는 한 모금 행사에서 “미국인들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언제 외계인과 UFO의 진실을 공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버락 오바마가 외계인 논쟁에 뛰어들었다. 오바마가 팟캐스트에서 “외계인은 존재한다”고 발언하자 트럼프가 “기밀을 누설했다”고 비

    3. 3

      [사설] 러·우 전쟁 장기화, 중동도 전운…힘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로 접어드는데도 출구를 못 찾고 끝없는 소모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엊그제 열린 세 번째 ‘3자(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 핵심 쟁점인 영토 분할 문제를 둘러싼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종전은커녕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될 판이다. 벌써 양측 사상자만 러시아 120만 명, 우크라이나 60만 명 등 200만 명(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추산)에 육박한다. 러시아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은 말 그대로 한계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후방 도심 에너지시설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인 데다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미국이 타협을 종용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때로 러시아를 역성들고 국제사법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푸틴이 여전히 활개 치는 모습에서 냉엄한 국제 질서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러·우전쟁뿐만이 아니다. 강 대 강 힘의 충돌과 이로 인한 현상 변경이 세계 각지에서 잇따른다. 이란이 핵프로그램 폐기를 거부하자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 군사력을 중동지역에 집결시켰다. 당장 이번 주말에라도 타격할 태세다. 화약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트럼프가 막 출범시킨 ‘평화위원회’라는 생소한 기구가 유엔 대신 해결사로 나선 점도 종전에 볼 수 없던 일이다. 선뜻 예상하기 힘들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미국이 감행한 데서도 국제정치의 뉴노멀이 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