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판도 바꾸는 IFRS17] 중국 자본 등에 업은 동양·알리안츠 공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명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토종 생보사들이 부채 급증을 우려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사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라이나생명, 푸르덴셜생명 등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내 생보 시장을 외국계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양·알리안츠 첫 3위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월납초회보험료에서 교보생명을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3위에 올랐다. 월납초회보험료는 보험업계가 중시하는 영업력 지표 중 하나다. ‘부동의 빅3’로 불리던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구도가 깨지면서 생보업계에 중국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동양생명의 월납초회보험료는 280여억원, 알리안츠생명은 220여억원으로 두 회사를 합치면 500여억원에 이른다. 390억원을 기록한 교보생명보다 110억원가량 많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대주주는 중국 안방보험의 100% 자회사인 안방그룹홀딩스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2015년 9월, 2016년 12월 각각 안방보험에 팔렸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이 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안방보험의 자금력 덕분이다. IFRS17 시대에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아 부채가 급증하더라도 안방보험이 증자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실제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대해 올해 초 5000여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IFRS17 체제에서는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면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 우선 부채가 늘어난다. 현재 회계 기준에서는 저축성보험의 부채를 원가로 계산한다. 계약시점의 금리를 적용한다는 뜻이다.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선 보험사에 유리하다. 과거의 고금리를 기준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돌려줄 보험금, 즉 부채를 상대적으로 적게 잡아도 된다. 하지만 IFRS17에선 이 기준이 시가로 바뀐다. 매해 시장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저금리로 갈수록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부채가 커진다.

◆미국계 생보사도 두각

한국 보험사와 달리 보장성보험 비중이 큰 미국계 보험사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라이나생명이 대표적이다. 라이나생명은 수입보험료 중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8%다. 보장성보험은 저축성보험에 비해 이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대부분 갱신형 상품이라 보험기간도 비교적 짧다.

보험사의 부채는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 수준과 보험기간에 비례하는데 라이나생명은 이 두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IFRS17은 전체 매출에서도 저축성보험료 대부분을 제외한다”며 “라이나생명은 IFRS17이 도입되더라도 매출과 자본 규모에 큰 변화가 없어 한국 시장에서 커 나갈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다. IFRS17은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로 자본변동폭이 크다.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선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춰야 하는데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본사의 방침에 따라 이미 이 같은 자산운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FRS17은 국내 생보사들에 큰 위험 요인”이라며 “자본을 확충하고 영업을 강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생보사도 나올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