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종료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 28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FTA가 “미국에 나쁜 거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FTA 등 무역협상에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을 자꾸 언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NAFTA 재협상을 공언했다. 취임 후 의회 절차 때문에 NAFTA 재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자 백악관은 26일 1994년 발효된 NAFTA를 종료할 수 있다는 언급을 언론에 흘렸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부랴부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자 그는 양국 정상이 원한다는 핑계로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말 의회에 사전 제출한 초안에 따르면 NATFA 재협상 내용은 대대적인 개정이라기보다 완만한 수정 기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협상 결과는 훨씬 온건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방식으로 다른 무역협정도 손볼 계획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이 체결한 기존 46개 무역협정 전체에 대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유익한지를 180일 이내에 조사해 보고하도록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무역적자를 감소시키거나, 미국인의 임금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는’ 모든 무역협상을 종료하거나 재협상할 예정이다. 종료가 아니라 재협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미 FTA도 이런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서 특정 시장 접근 양해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자동차 시장의 원산지 규정이나 배출가스 기준 완화, 그동안 FTA에서 예외를 적용받은 쌀시장 접근성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이 같은 요구가 한국의 새 정부에 “고통스러운 협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북한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반미 감정을 키울 수 있는 문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