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집단거주지서 청소년들과 축구도…'젊음·개방 이미지' 부각

프랑스 대선주자 에마뉴엘 마크롱(39·앙마르슈) 후보가 마린 르펜(48·국민전선) 후보의 국경폐쇄와 이민자 수용중단 등 배타성에 맞서 개방과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르펜이 '프랑스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동안 마크롱은 이민자와 청년의 미래를 고민하는 젊고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마크롱은 28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외곽의 아프리카계 이민자 밀집 거주지역 사르셀을 찾아 "프랑스는 증오도 타인도 배척하지 않는다"면서 "프랑스는 다양한 종교와 피부색을 가진 프랑스인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음 달 7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 국민전선(FN) 후보 르펜을 "편협한 증오의 얼굴"이라면서 "아버지의 외국인 혐오와 타문화 배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것들이 프랑스의 얼굴이 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국민전선을 창당한 극우 정치인으로 집시와 아프리계 이민자 등 외국인을 혐오하는 언행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등 망언으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당시 총리)를 꺾고 결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연출했지만, 극우 집권을 견제하려는 유권자들이 중도우파 자크 시라크 진영으로 결집해 결선에서 완패했다.

마크롱은 최근 르펜이 노동자와 서민의 대변자임을 강조해온 것에 대해서는 "르펜이 여러분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마크롱이 이날 방문한 지역은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으로 소득 수준이 낮고 청년실업률이 프랑스 전체 평균의 두 배 가량으로 높다.

마크롱은 청년실업 완화 등 고용 확대를 위한 직업훈련에 500억 유로(를 투입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이민자 계층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그는 실업난 해소를 집권 이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10%)를 2022년까지 7%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마크롱은 전날 고향 아미앵에서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가전기업 월풀의 노동자들로부터 냉대를 받은 것과 달리, 이날 사르셀에서는 이민자들의 환호 속에 빈민가 청소년들과 축구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비슷한 시각 르펜은 지중해 연안의 니스에서 이민자 축소, 안보 조처 강화, 프랑스 우선주의 등을 내걸고 프랑스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겠다며 '폐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천여 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흥분한 군중들에게 "이민자들을 더 받을 것인가, 아니면 (이민자 수용을) 중단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지지자들은 "중단!"을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욕설을 섞어 마크롱을 비하하는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르펜은 대선 후보들 가운데 이민자와 무슬림(이슬람교도) 등 타문화에 가장 적대적인 입장을 내걸어왔다.

그는 프랑스의 이민자 수용 규모를 연 1만명 수준으로 기존보다 95%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가 최근에는 아예 이민수용을 잠정중단(모라토리엄)하겠다면서 더욱 급진적인 국경폐쇄를 공언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