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지만, 결국 거부당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7일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고무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날 삼성전자가 49조3천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메일로 발송한 성명을 통해 "자사주 소각은 중요한 진전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연 이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유력한 방편으로 거론돼온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이전부터 보유 중인 자사주 13.3%(40조원 상당)와 올해 새로 매입하는 9조3천억원 어치 등 모두 49조3천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장래에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번복될 개연성까지 차단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주회사 전환은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이사회에 현재의 구조가 주식시장에서의 저평가를 초래한다며 주주제안 형태로 요청한 핵심요구 사안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당시 ▲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 ▲ 30조원(주당 24만5천원)의 현금 배당과 잉여현금흐름(FCF)의 75% 주주 환원 ▲ 삼성전자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크게 4가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지난해 11월 말 이사회를 열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개선할 계획도 갖고 있어서 더 진전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이날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경영 사항의 심의 등을 담당할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을 결의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분기별 실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