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어제 자신의 경제공약인 ‘문재인의 경제비전(일명 J노믹스)’을 내놨다. 집권하면 ‘사람 중심 경제’를 위해 대규모 재정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게 요지다. 곧바로 추경을 편성하고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두 배(3.5%→7.0%)로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으로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교육·보육, 보건·복지 등 10대 핵심분야에 집중 투자해 연간 50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대기업의 ‘갑질’을 근절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을 도입하고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의 보육·임대주택 등 공공투자용 국공채를 인수하겠다고 공약했다.

유력 대선주자의 경제공약 종합판이기에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다. J노믹스를 요약하면 재정을 동원한 일자리와 복지 확대다. 문 후보 스스로 오바마식 재정확대정책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는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J노믹스가 경제활성화의 마중물이 될지는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먼저 ‘사람 중심 경제’가 사람 대 기업, 중소기업 대 대기업의 대립관계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라지만 주로 복지와 공공일자리 등에 집중돼 있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당연한 경제원칙을 부인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특히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는 아예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쉽다. 노동개혁 없이 청년 고용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할지 더 짚어보기 바란다.

대기업의 ‘갑질’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기업 생태계와 시장 경쟁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밀어내기, 후려치기, 몰아주기…’ 등의 표현은 시장의 한 단면만 보고 대·중소기업 관계를 선악 구도로 치부해 걱정스럽다. 원가 절감이 곧 원가 후려치기일 수는 없다. 경제의 복잡한 이면을 이해 못하면 기업활동의 과잉범죄화만 심화시킬 것이다.

재정불안도 우려된다. J노믹스는 쉽게 말해 나랏빚을 늘리고,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그래도 안 되면 증세를 해서라도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우선 세수 자연증가분에서 50조원을 동원한다지만 이는 새 재원이 되기 어렵다. 물가 상승에 따라 각종 경상지출도 덩달아 늘고 공무원 숫자가 늘면 인건비 지출도 늘어나 남는 돈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세금이 거꾸로 덜 걷힐 수도 있다. ‘재정 페이고(pay-go)’는 그렇게 간단히 무시할 원칙이 아니다.

‘사람 중심 경제’가 진정한 인적자원 혁신이 되려면 ‘창의, 자율,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무엇을 해주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도 요구하는 게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창의와 땀이 없이는 경제성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