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항공, 호텔·은행 이어 물류까지 '끝없는 식탐'
한 달이 멀다 하고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을 발표하고 있는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지난 2년여간 M&A에 투입한 돈이 모두 400억달러(약 45조6800억원, 집행 예정자금 포함)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회사가 싱가포르의 유통·물류서비스 회사 CWT를 14억싱가포르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10일 보도했다. CWT 인수 추진 건을 포함하면 HNA그룹이 28개월간 M&A에 쓴 돈은 4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딜로직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1970년 설립된 CWT는 세계 90개국에 진출해 있는 싱가포르의 메이저 물류회사다. 1993년 싱가포르증시에 상장했다. HNA그룹은 지난 6일 CWT 종가에 13%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HNA그룹은 “항공과 부동산에 치중된 사업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수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HNA그룹은 최근 수년간 왕성한 M&A 식욕을 자랑했다. 중국 항공사로 알려진 그룹이지만 M&A를 통해 지금은 호텔, 관광, 항공사, 항공 관련 서비스, 금융, 부동산, 물류 등을 망라하는 거대 서비스회사로 거듭났다.

올 들어 HNA가 관여하고 있는 M&A 거래는 최소 12개에 이른다. 스위스계 공항 면세점 사업자 듀프리, 미국 비즈니스 잡지 포브스, 독일 국영은행 HSH노르트방크 등의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위안화 가치 안정을 이유로 해외로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통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HNA그룹이 자본 통제조치 이후 오히려 M&A를 서두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자금 출처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HNA그룹과 긴밀한 관계자들은 HNA그룹이 비싼 값에 아무 회사나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올초 미국 대체투자 전문회사인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이 매물로 나왔을 때 HNA그룹이 인수를 면밀히 검토했으나 가격이 너무 높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