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부패기득권 세력에 맞서야"…安 "文, 네거티브 뒤에 숨지말라"
文·安, 오차범위내 초박빙 여론조사 속출…범보수 진영 대책 부심

'5·9 장미대선' 文·安 '양강구도' 급속 재편…난타전 격화
'5·9 대선' 본선 개시와 함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선거 구도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양강 대결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정당별 경선 때만 해도 문 후보가 독보적인 1위를 달렸지만 안 후보가 경선이 종료되기 무섭게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심을 상당 부분 흡수해 문 후보의 대세론을 허물면서 양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적폐세력과의 연대'라고 규정하고 맹공을 가하고, 안 후보는 '대국민 선전포고냐'고 맞받아치는 등 두 후보 간 난타전이 격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범보수 진영은 그동안 문 후보를 향한 집중 공세를 펼쳐왔지만 안 후보가 보수층까지 잠식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표적을 안 후보에게 이동시키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와 KBS가 지난 8∼9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남녀 유권자 2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2.2%포인트. 이하에서 인용하는 여론조사는 모두 3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5자 대결에서 안 후보는 36.8%로 1위를 기록, 32.7%를 얻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4.1%포인트 차로 앞섰다.

다음으로 한국당 홍준표 후보(6.5%), 정의당 심상정 후보(2.8%),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5%) 순이었다.

조선일보가 7∼8일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성인 2천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도 안 후보는 33.4%의 지지율로 문 후보(32.2%)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이긴 하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 것은 이 두 조사가 처음이다.

한겨레신문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7∼8일 유권자 1천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가 각각 37.7%로 동률을 이뤘다.

또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7∼8일 유권자 1천 명을 상대로 한 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문 후보 37.7%, 안 후보 37.0%로 초박빙 대결이 펼쳐졌다.

MBC와 한국경제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7∼8일 의뢰해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도 문 후보 35.2%, 안 후보 34.5%로 오차범위의 소수점 싸움이 벌어졌다.

다만 강원도민일보 등 지방지 7개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7∼8일 성인남녀 2천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1%포인트)에서는 문 후보가 42.6%로 안 후보(37.2%)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처럼 본선 초반 판세가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초박빙 양강대결로 진행되면서 두 후보 간 신경전도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당장 문 후보 측은 비상이 걸린 표정이다.

문 후보는 이날 선대위 첫 회의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비전으로 승부하지 않고 오로지 문재인이 안 된다고 하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기득권 세력에 맞서야 한다"며 "이번에 정권교체를 못 하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죽기 살기 각오로 국민 열망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향해 '부패 기득권세력'과 연대한 후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이자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을 고루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안 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일주일간 네거티브로 점철된 모습들을 보면서 국민이 더 실망하고 계실 것"이라며 "문 후보는 네거티브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본인의 비전과 정책, 철학에 대해 국민을 보고 설명해주기 바란다"며 요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은 국민통합·협치를 원하는데 문 후보는 적폐세력 청산 등 과거에 머물면서 자꾸 분열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박 대표의 아바타 같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렇게 졸장부 짓을 한다면 도저히 대통령감이 못 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범보수 진영은 홍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에서 안 후보가 보수표심까지 흡수해버리자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안 후보를 향한 공세의 수위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첫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당 관계자가 광주·전남 경선 때 선거인단을 동원한 의혹과 관련해 "이것이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불과 40석을 가진 군소정당의 실체"라며 "국가의 모든 분야가 위기에 빠진 이때 어떻게 40석 군소정당에 맡길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충청권 언론사 간담회에서 안 후보를 향해 "북핵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굉장히 불안하고, 말을 바꾸는 후보이기 때문에 저는 안 후보가 '경제는 진보이고 안보는 보수'라는 말을 더이상 믿을 수가 없다"고 공격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이광빈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