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서울시설공단 장충체육관사업팀장의 말이다. 그의 다른 직함은 장충체육관장. 체육관 ‘집주인’이 느닷없이 학생 손님들을 모시려는 까닭은 이곳에 스터디룸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공부할 곳을 찾아 카페를 전전하거나 시중 스터디룸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심 체육관이 ‘비는 자리’를 내준 것이다.
◆ 토요일엔 장충체육관→장충공부방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8일부터 장충체육관 지하 1층 다목적실을 스터디공간(8석)과 어린이 미니도서관(좌식 40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료 대관으로 운영하던 시설을 앞으로 매주 토요일에 한해 시민에게 무료 개방한다.
사전 예약 등의 번거로운 절차는 없다. 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장충체육관사업팀에 전화 문의 후 방문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대 9시간 동안 이용 가능하다. 무선인터넷(Wi-Fi)과 냉난방용 에어컨 2기가 설치돼 있고 1층 편의점과 2층 카페 등 편의시설도 가깝다. 다목적실 입구가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와 이어져 있어 ‘역세권 스터디룸’이기도 하다. 스터디공간과 함께 운영하는 미니도서관은 어린이들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공단은 지역 유치원 등과 연계해 현장수업 장소를 제공하거나 스토리텔러를 고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팀장은 “스터디공간 이용객과 미니도서관 이용객의 동선이 겹쳐 소음 등의 불편이 생길 경우 물리적으로 분리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시설 내 유휴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장충체육관은 서울 시내 체육시설 가운데 가장 ‘바쁜 경기장’ 가운데 한 곳이다. 이곳 시설은 지난해 프로배구 경기와 행사 등으로 총 233일간 대관 운영됐다. 하지만 시민이 보기엔 거대한 체육관이 132일 동안 개점휴업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 팀장은 “장충체육관 운영에 들어가는 세금을 다시 시민들에게 환원할 방법을 고민하다 스터디공간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입지 여건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용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계속되는 서울시의 실험
서울시는 장충체육관 외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스터디룸을 조성해 개방하고 있다. 축구 경기와 행사가 없는 날 스카이룸을 비롯해 교육장과 세미나룸 등 36석을 지난달부터 시민에게 열어뒀다. 대형 체육시설 내 유휴시설을 무료로 개방해 활용한 전국 첫 사례다.
월드컵경기장 스터디룸은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이달까지 시범운영 한 뒤 접수한 불편 사항을 개선해 내달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FC 서울과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을 제외하면 스터디룸 운영 일수는 연간 200일이 넘을 전망이다.
박정우 서울시설공단 월드컵경기장운영처장은 “취업준비생들과 학생들이 공부할 곳이 모자라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 경기장에 남는 공간을 활용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로 했다”면서 “다른 곳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