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자체 감사로 적발…"당사자에 사퇴 권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숙사 대표 학생들이 재학생이 낸 기숙사 자치회비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 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KAIST 학부 총학생회는 자체 감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기숙사 대표 학생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1일 KAIST 학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숙사비를 관리하는 학부 생활관자치회(자치회)에 대한 직무감찰 결과 지난 1월 자치회 전·현직 임원 학생 4명과 교직원 1명 등 모두 5명이 싱가포르로 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은 각 220만원의 여행 경비를 생활관비에서 지원받았다.

하지만 공식 일정인 기숙사 탐방은 4박6일 중 8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시내 관광 등 외유성 프로그램 일색이었다고 총학생회는 주장했다.

학생당 월 6만5천∼30만원인 생활관비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납부하는 돈으로, 청소용역 계약 및 생활관 유지보수 등 생활관 운영비로 쓰인다.

일반회계나 기성회계에 포함되지 않는 독립적인 기금으로 분류돼 회계 결산과 보고가 내부결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생활관비는 2005년부터 4차례에 걸쳐 모두 4만원 인상됐지만, 자치회는 학생들이 직접 납부한 생활관 운영비 예산에 대한 운영정보를 학우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총학생회는 지적했다.

자치회 임원은 '생활관 조교'라는 명목으로 수당을 받는데, 올해 임원 및 동장 수당이 각각 25만원, 20만원으로 2년 사이 2배 인상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학생회는 "자치회에는 연간 7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사용 내역이 학우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자치회 임원들에게는 학우들이 알지 못했던 해외연수, 포상금, 수련회, 간담회 등 복리가 제공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치회 임원진은 사과문을 내고 "전년도 회장으로부터 자치회 운영 예산은 기성회계에 속한다고 들었다"며 "학생들이 낸 생활관비인 줄 몰랐다.

재원에 대해 의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실토했다.

이들은 전년 자치회의 경우 국외 선진대학 방문, 임원 포상비, 수련회비 등 불합리한 복리를 취했고,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우들은 KAIST 재학생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 "현 임직원이 자신의 관광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이런 문제의식 없이 월급 인상안을 냈던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학우는 "자금 유용은 차치하고서라도 KAIST에서 유일하게 학우들이 직접 지급하는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보며 '연수를 핑계로 예산을 타내 해외관광을 다녀오는 흔한 공무원 비리가 떠올랐다'는 의견도 있었다.

총학생회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자치회 회원 전원에 대한 사퇴를 권고하는 한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된 생활관비 사용 내역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