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화정책, 미국과 다르게 진행될 수도"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은 29일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국의 정책보다 국내 경기 및 인플레이션 상황과 전망을 기초로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거시경제 여건이 미국과 다르게 전개된다면 한국 통화정책은 미국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은 역시 연말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한국이 반드시 미국의 인상 경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Fed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이 현행 수준(연 1.25%)을 유지하면 연말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아진다. 내외 금리 차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금융 불안과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올리기엔 13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조 위원은 다만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세계 경제와 한국 거시경제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이 동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로 ‘물가안정목표제’를 꼽았다. 그는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참고할 만한 잠재성장률이나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 등은 직접 관찰할 수 없는 변수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반면 물가는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통화당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은의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1.8%로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2.0%)에 미달한다. “올해 물가가 2%에 미달하면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조 위원은 “금통위에서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은 올 한 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라고 답했다. 그는 “3~4년 전보다 국내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생기고 있고, 글로벌 리플레이션 역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한국 경제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역동성을 되찾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러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득권의 양보 내지 포기를 수반하는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