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김현 "1사 1변호사 제도로 중소기업 법률지원 돕겠다"
“1사1변호사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습니다.”

서울 테헤란로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 인근에서 얼마 전 만난 김현 협회장(61·사법연수원 17기·사진)이 느닷없이 ‘중소기업 변호사’ 얘기를 꺼냈다. “법률가의 도움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 100~300곳을 시범 대상으로 변호사를 저렴한 비용에 고문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것. 그는 ‘1동1변호사’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현재 시행 중인 마을변호사처럼 동마다 담당 변호사를 두자는 생각이다. 매년 1500명 이상씩 쏟아지는 변호사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법률 사각지대도 없애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인 셈이다. 지난 13일 취임식을 연 김 협회장이 임기 2년 동안 실천할 청사진을 그리며 넘치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아파트 감사제도 및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 준법지원인 제도 확대 등은 김 협회장이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추진할 대표적 사업 리스트들이다.

아파트 감사제도는 관리비 횡령 범죄가 끊이지 않는 중대형 아파트에 변호사를 상임감사 또는 비상임감사로 선임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민사소송에서 법률 지식이 부족한 당사자 본인이 법정에 나오는 대신 변호사로 하여금 소송을 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김 협회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관철했다. 현재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해서만 준법지원인 제도가 의무화돼 있다. 김 협회장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벌칙 조항밖에 없어 전체 대상의 58.8%만 준법지원인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변협은 대상 기업을 모든 상장사로 확대하고 미이행 기업은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변협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좌관이나 법무담당관을 더 뽑아 변호사가 입법 및 행정에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변협은 이 밖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교훈 삼아 기업의 악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선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로스쿨 입학 정원을 현재 20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이는 방안 △소송액의 0.35~0.5%인 인지대에 정액제나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 △형사사건 성공보수제 부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협회장은 “변호사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임기 중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변호사 일자리 창출이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를 확산하고 뿌리내리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행정고시와 사법시험(24회)에 합격하고도 대학 재학 중 군사독재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잇따라 탈락하는 등 어려운 청년 시절을 보냈다. 함경북도 출신 시인인 고 김규동 씨가 부친으로, 탈북자를 걱정하는 변호사들 모임 대표를 맡는 등 북한 관련 일에 관심이 많다. 학창 시절 송상현 당시 서울대 교수(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의 영향으로 해상법을 전공해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세창은 해상법에 관한 한 국내 로펌 가운데 최고 실력을 자랑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