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이 지난 주말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서 물러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오는 7월 정상회의까지 회원국 간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전했다.

미국 투자회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반반이라며 신흥시장 투자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FT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들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 사이의 중립지대로 끌어오기 위해 애썼지만, 므누신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의 입장을 합의할 권한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사후에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면서 "우리는 열심히 모든 것을 시도했고, 함께 많은 큰길을 걸어 내려갔지만, 일방적이었다"고 말했다.

G20 재무장관들은 각고의 노력에도 공동선언문에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한다(resist all forms of protectionism)'이라는 기존 결의사항을 넣지 못하고 '우리 경제에 무역의 공헌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훨씬 약한 표현으로 대체해야 했다.

미국이 자유무역에 대한 결의를 거부한 것은 일부 G20 회원국들에는 위험한 길로 가는 첫걸음으로 해석됐고, 또다른 회원국들에는 임기 초반에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FT는 풀이했다.

G20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오는 7월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같은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다.

므누신 재무장관도 무역에 관해 더 회유적인 어조를 채택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번 G20 회의에서 중국은 다보스포럼에서처럼 세계화와 세계무역을 주장하며, 보호주의 배격이라는 문구가 적어도 G20 정상회의까지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개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신흥시장 투자에 신중한 분위기다.

2천400억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 투자회사인 루미스 세일즈&CO의 린다 슈바이처 부회장은 블룸버그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이 돌입할 가능성은 꽤 현실성이 있다"면서 "전쟁이 날 가능성이 50%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신흥시장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하고,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신흥시장 전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신흥시장 채권 보유액을 10% 이하로 절반 이상 줄였다.

3천430억 달러를 운용하는 이튼 밴스 자산운용이나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