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
김수남 검찰총장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21일)를 닷새 앞둔 16일 검찰이 대기업을 겨냥해 또다시 칼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11월 면세점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롯데·SK그룹을 압수수색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간 뇌물수수 등 부당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요 피해자 vs 뇌물죄 피의자

애초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는 지난해 11월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을 비롯해 SK 롯데 등 53개 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 출연을 강요당한 ‘피해자’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제공 혐의 등으로 구속시킨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바통을 이어받은 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다른 기업에도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재개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뇌물죄 엮어…5개월째 기업 수사하는 검찰
이날 소환된 김창근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015년 7월 수감 중이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신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8월15일 최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출소했다. SK는 3개월 뒤인 11월 미르에 68억원, 이듬해 2~4월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등 111억원을 출연했다. 사면 이후 두 재단에 돈을 낸 것은 대가성 있는 출연(제3자 뇌물공여)일 개연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기업들, “대가성 없다”

전현직 고위 임원 세 명이 검찰에 소환된 SK는 이번 조사가 최 회장 소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와 CJ 등 다른 대기업도 검찰의 수사 확대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검찰 공소장에 기업들이 ‘피해자’로 기록된 점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기업이 재산권과 경영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봤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기존 면세점사업권을 박탈당했고 신규 면허 심사에서도 탈락했다”며 “대통령이나 비선 실세 쪽에 뇌물을 줬다면 이렇게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 사면도 2년7개월이나 충분히 복역한 만큼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뇌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 최씨 측에서 80억원을 요구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말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특검이 지난달 말까지 90일간 삼성을 비롯한 기업 수사를 했다”며 “탄핵심판이 끝난 마당에 검찰이 다시 대기업 수사를 재개하면서 5개월째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