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채권 강자 KB운용, 해외 시장서 '금맥' 캔다
국내 주식과 채권 부문에서 강점을 보인 KB자산운용이 인재 영입과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투자 부문을 강화한다.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국내 펀드시장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새 수익원 발굴에 나선 것이다.

KB자산운용은 16일 조직 개편에서 해외 투자를 총괄하는 글로벌전략운용본부 내에 해외 직접 투자를 전담하는 해외운용팀을 신설했다. 기존 글로벌전략본부는 퀀트 기반 해외 펀드를 운용하는 1팀과 해외 운용사와 제휴해 재간접펀드를 운용하는 2팀이 있었다.

해외부문 강화를 위해 인재 영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12월 공무원연금공단 해외투자를 총괄했던 김영성 상무를 영입한 데 이어 재간접펀드를 담당하는 주형준 팀장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데려왔다. KB자산운용은 조만간 펀드매니저 한두 명을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군도 다양화한다. KB자산운용은 이르면 이달 말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와 손잡고 글로벌 채권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핌코가 운용하고 있는 채권펀드들을 KB자산운용이 시장 상황에 맞게 골라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다. 이르면 오는 6월 글로벌 1위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사인 뱅가드와 제휴해 TDF도 출시할 방침이다. TDF는 일종의 개인연금으로 연령대별 맞춤형 투자상품이다. 국내에선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TDF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전문 현지법인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안은 신성장동력으로 해외투자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표의 첫 조직 개편이다. 조 대표는 운용업계로 오기 전 씨티은행, 크레디트아그리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와 채권매니저로 일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와 비교해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할 뿐 아니라 해외 투자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다.

그동안 KB자산운용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최웅필 상무 영입 이후 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강점을 보였다. ‘KB밸류포커스(설정액 1조3170억원)’와 KB중소형주포커스(8934억원) 등 인기 상품도 적지 않다. 다만 해외 펀드 분야에선 인덱스펀드를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는 16조5000억원으로 업계 3위인 데 반해 해외 펀드는 업계 6위(1조6000억원) 수준이다.

KB자산운용은 우선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를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김영성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는 “일본처럼 국내 시장만 볼 경우 수익률이 장기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기관처럼 개인투자자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