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운용 헤지펀드 '이유있는 약진'
헤지펀드시장에 진출한 지 채 1년이 안 된 흥국자산운용이 ‘조용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형 상품이 대부분인 헤지펀드시장에서 채권형 상품으로 자금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7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헤지펀드 설정액 4729억원(펀드 수 2개)으로 4위를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1조504억원·11개) 타임폴리오(7605억원·6개) 미래에셋자산운용(5782억원·11개)의 뒤를 이었다. 지난 1월까지는 안다자산운용에 이어 5위였지만 한 달 만에 설정액을 600억원가량 늘리며 한 단계 뛰어올랐다.

지난해 8월 설정한 채권형 헤지펀드 ‘흥국재량투자2호’(2758억원)가 인기몰이의 중심이다. 비결은 연환산 9.1%에 달하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4월 설정한 ‘흥국재량투자1호’(1971억원)도 연환산 수익률이 4.6% 수준이다. 1호펀드는 운용 2개월 만에 목표수익률(기준금리+1%포인트)을 달성해 현재는 소프트 클로징(잠정 판매 중단)한 상태다. 두 펀드 모두 월간 기준으로 손실을 본 적이 없다.

박형태 흥국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은 “애초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았지만 최근에는 개인투자자 자금도 500억원가량 들어왔다”며 “채권은 주식과 달리 투자 규모가 커서 개인자금은 100억원 단위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국자산운용이 채권 투자로 연 9%대 수익률을 내는 비결은 차익거래다. 저평가된 채권을 사고 고평가된 채권은 공매도하는 롱쇼트 전략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채권형펀드가 금리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과 차별화된 점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금리 방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팀장은 “차익거래를 하면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채권 상대가치를 활용해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금리가 상승 추세로 돌아서면서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담보대출을 일으켜 원금의 3~4배까지 투자하는 레버리지 기법을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국내에서 채권형 헤지펀드는 드물다. 흥국자산운용 외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지난달 헤지펀드시장에 뛰어든 교보증권 정도가 채권형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 가운데서도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를 겨냥한 상품이다.

흥국자산운용은 2호펀드가 5000억원까지 불어나면 소프트 클로징한 뒤 3호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채나 신용등급 AAA 이상 원화 채권만 투자하고 있는 1, 2호펀드와 달리 3호펀드는 해외 채권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