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꼴찌 중국의 민낯…군사작전하듯 '롯데마트 죽이기'
소방안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이 총 23곳으로 급증했다. 중국 소방당국이 112개 롯데마트 매장(슈퍼마켓 포함)을 대상으로 소방안전점검을 벌이고 있어 영업정지를 당하는 매장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갈수록 확산되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등 중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들은 ‘준법경영’을 강화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 영업정지 매장 급증

롯데그룹은 중국 내 롯데마트 지점 중 6일까지 중국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점포가 총 23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장쑤성 15개, 안후이성 2개, 저장성 3개, 랴오닝성 2개, 허베이성 1개다. 전날 4개에서 하루 만에 19개 증가한 것이다. 영업정지 조치 사유 대부분은 ‘스프링클러 앞에 박스를 올려뒀다’ ‘비상통로 문이 열려 있다’ 등 소방법, 시설법 위반이다.

롯데그룹 측은 “중국 내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영업정지 점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업정지 기간은 점포마다 다르지만 대개 한 달 정도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는 영업정지 기간이라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시정하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내 분위기가 좋지 않아 정확한 재개점 시점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지난 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4개 점포는 위반사항을 시정한 뒤 재개장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보복조치는 일절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외자기업들도 중국 내에서 영업하려면 중국의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영업정지 조치는 한국 정부의 반발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소방안전법 위반’이란 핑계를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유통업계에서 한국산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움직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 유통업계에 따르면 베이징에 진출한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가 한국산 제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을 시작으로 다른 한국산 제품 모두를 구매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 기업들 ‘비상’

롯데마트가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시장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가 “사드 관련 제재조치는 한국 정부와 롯데그룹만을 대상으로 해야지, 다른 한국 기업으로까지 확대돼선 안 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CJ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은 제재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준법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내에서 4개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차는 각 공장에 오염물질 배출, 소방안전, 작업장 안전 등에서 현지 법규를 철저하게 준수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중국 노동법에서 정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잔업을 금지하라는 명령도 하달했다.

CJ그룹은 중국에서 20개 공장과 190여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81개 극장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CJ차이나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별 영향이 없지만 반한(反韓) 감정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중국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리스크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중국 내 주요 공장이 작업장 안전, 소방안전 등과 관련해 법 위반사항이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中 시장 개방성, 세계 꼴찌 수준

중국 정부가 안보 문제를 내세워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중국의 높은 비관세 장벽 수준도 도마에 올랐다.

세계경제포럼이 작년 11월 발표한 ‘세계무역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 개방성은 세계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가능지수’는 7점 만점에 4.5점으로 조사대상 136개국 가운데 61위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별로 따져보면 중국은 육·해상 인프라 면에서는 12위로 최상위권이었지만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종합한 시장접근성은 12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강영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