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청약자 눈 뜬 장님 만들기
건설사들의 청약자 눈 가리기가 도를 넘었다. 이들은 분양정보 유통경로를 완벽히 장악했다. 분양에 유리한 정보만 유통시킨다. 객관적인 단지 정보는 완전히 차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손길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곳까지 뻗어 있다. 분양정보는 주로 광고,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유포된다. 광고야 홍보성인 줄 알고 보니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포털을 통한 정보 조작이다. 포털에 베너광고를 하거나 분양 관련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분양단지 장점을 실은 기사를 포털에 대거 띄운다. 건당 10만~20만원만 주면 언제든 기사를 살 수 있다. 혹시라도 단점을 담은 기사가 올라오면 다른 기사를 왕창 올려 메인 화면에서 밀려나도록 한다. 이른바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기사 형식 광고)이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란 것도 3~4년 전부터 일반화됐다. 원래 뜻은 누리꾼이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분양 홍보는 절대 자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블로그부터 보자. 건설사들은 돈을 주고 유명 블로거를 매수한다. 분양정보를 블로그에 올리도록 한다. 부동산 전문 블로거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많은 일반 블로거도 고용한다. 지식 검색에도 분양정보를 띄운다. 돈을 주고 서로 묻고 답하도록 한다. 물론 모두 긍정적인 내용 일색이다.

가입자가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카페도 관리 대상이다. 카페에 분양정보만 올리는 건 하수다. 댓글까지 관리한다. 긍정적인 댓글을 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부정적인 댓글에는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한다.

작년부터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경제M’ 같은 포털 코너에 올리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하면서 분양 상품을 홍보한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 실패없이 고르는 법’이란 글을 올리면서 분양 중인 블록형 단독주택을 은근슬쩍 홍보하는 식이다.

목표는 하나다. 검색했을 때 메인 화면의 모든 카테고리(지식 블로그 카페 기사 등)에 우호적인 내용이 뜨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검색이 급증하면서 모바일도 온라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을 건설사가 직접 하지는 않는다. 홍보대행사를 통한다. 애드버토리얼과 바이럴 마케팅이 일반화하면서 대형 홍보대행사 연간 매출이 200억원대에 육박할 정도다.

홍보대행사의 인력 구조를 보면 전통매체 담당이 3분의 1, 온라인 담당이 3분의 1, 모바일 담당이 3분의 1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대부분 인력을 전통매체 홍보에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모바일을 통한 트래픽(접속건수)이 늘면서 최근에는 모바일 담당 인력을 더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봄 분양시장이 이번 주말부터 열린다. 실패 없는 내집 마련을 원한다면 스스로 발품을 팔아서 팩트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걸린 선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