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박근혜 정부에서 ‘좌파그룹’으로 찍혀 눈 밖에 난 상황에서 청와대의 관심 사업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CJ 측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

조영석 CJ 부사장은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한국 현실에서 기업이 청와대, 대통령 관심 사항이라고 하면 거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CJ가 당시 영화 등으로 인해 좌파계열이라는 오해를 샀고, 검찰 수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이슈가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CJ가 좌파 기업으로 지목돼 국세청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재단 출연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 게 작용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문화계에서는 CJ가 자사의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영화 ‘변호인’ ‘광해’ 배급 등으로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조 부사장에게 직접 말을 건넸다. 안 전 수석이 법정에 나온 증인에게 말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 전 수석은 “만약 재단이 계획대로 잘 운영됐으면 CJ가 많은 혜택을 보리라 다들 얘기했는데 마치 재단 창립 당시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듯 말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보좌관은 “최씨가 ‘민정수석실에서 정보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씨가 아는 사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